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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신앙/김재석의 건강한 유학생활을 위한 조언

[김재석] 유학시절: 광야의 훈련기간

이코스타 2004년 9월호

eKOSTA 담당자로부터 1년간 필진으로 섬겨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부탁을 받고, 마침 연구년을 준비하면서 그 동안 살아왔던 나의 모습들을 돌아보고 몇가지 소품의 글을 써보아야겠다고 생각하던 내 마음에 불을 지피게 된 것 같다. 특히 그 동안 나름대로 청년 대학생 중심의 사역을 한다고 하면서 그들에게 비젼을 심어주고자 했던 나였지만, 비젼을 꿈꾸며 살았던 나의 올챙이 유학시절이 문득 새로운 감회로 다가오는 것 같다. 또한 88년 처음 KOSTA에 참석하여 새로운 도전과 비젼을 보았던 기억도 되살아나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의 유학시절을 돌아보며 광야의 훈련 기간처럼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신 다양한 은혜의 내용들을 함께 나누면서, 지금 이러한 기간을 거치고 있는 유학생들에게도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계심을 전해주고 싶다.

나는 1973년 대학 1학년 시절에 기독교의 진리(특히 예수님의 부활 문제)를 논리적으로 반박하려고 성경과 고고학적 자료들을 공부하다가 예수님을 나의 생명의 주님으로 영접하게 되었다. 이후, 당시 옥 한흠 목사님이 지도하시던 성도교회 대학부에 출석하면서 다양한 영적 훈련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좋은 신앙의 선배와 동료들을 만나게 되었다. 대학 졸업시절, 나의 장래를 위해(선교사 사명을 포함하여) 기도하는 중에 평신도로서의 전문인 사역에 대한 비젼을 갖게 되었고, 내가 평소 좋아하는 가르치는 일을 통해 청년 대학생 중심의 사역을 하겠다고 대학 교수로서의 사역을 구체적인 생의 목표로 세우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공부도 하고, 졸업 후 경북 구미에 있던 전자기술연구소에 다니면서도 늘 이 비젼을 갖고 있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진국에서의 학업(박사학위로 표현되는)과 연구 경력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나름대로 유학 준비에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취업 후 곧바로 결혼도 하고 두 아이까지 연년생으로 태어나다 보니 유학준비를 위한 시험공부에 게을러지게 되었고, 당시 구미에서 다니던 교회에서 대학부를 새로이 개설하여 나름대로 30-40명의 대학생들에게 성경 공부와 제자 훈련을 시키는 것에 제법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또, 막상 유학을 가려고 하니 부모님으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마침 유학을 떠났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온 선배 이야기를 듣고서는, 마음 한구석에 유학 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스며들게 되었다. 하나님은 이러한 나의 나약한 모습 속에서도 나의 비젼과 가르침에 대한 은사를 다시금 생각나게 하셔서, 결국 1984년 초에 미국 행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다. 당시 연구소 상사였던 부소장님은 직장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제공할 테니 공부하고 연구소로 다시 돌아오라고 권고하셨지만, 공부를 마치면 대학으로 가야 한다는 나의 목표 때문에 어려웠던 재정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절하였다. 그리고 퇴직금으로 받은, 6개월 동안 지낼 수 있는 자금만을 갖고 가족과 함께 어렵사리 유학의 길에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 미국 유학을 다녀온 주변의 그리스도인들이 나에게 이런 충고를 해 주었다. “유학 생활은 공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니까, 신앙적 활동은 생각하지 말고 그저 주일날 예배만 참석해도 잘하는 것이라 생각하라”. 나는 이 충고에 따라 모든 신앙 서적과 제자 훈련 교재들을 섬기던 교회에 기증하고, 정말 성경책과 찬송가만 가방에 챙겨 넣었다. 후에 많은 자료들을 다시 공수해와야 하는 놀라운 상황들이 벌어진 것들은 이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84년부터 88년까지 유학시절 4년을 지내면서,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측면에서 성장하고 성숙하는 시간들을 갖게 되었다. 나는 이 유학 시절을 모세가 경험했던 광야의 훈련기간, 다윗이 일단의 무리들과 함께 들판에서 훈련 받았던 기간, 또는 다니엘이 이방 땅 바빌론에서 훈련 받았던 기간으로 비유하고 싶다. 감히 모세, 다윗, 다니엘과 같은 신앙의 위인들과 견주려 함이 아니라, 하나님은 각 사람에게 적절한 광야의 훈련기간을 거쳐 하나님 나라를 위해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들어 사용하신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것은 단순히 우리의 전문 분야에서의 훈련만이 아니라, 영적인 측면에서의 다양한 훈련과 사회적 인간관계 측면에서의 훈련도 포함하고 있다.

첫째로, 내게 있어서 유학 기간은 내 속에 있는 자아가 죽고 그리스도만을 의지하는 훈련 기간이었다. 나는 이전에 그리스도를 나의 삶의 주인으로 모시고 산다고 고백하였었지만, 그리스도안에서 나도 함께 살아 움직이고 있는 모습들이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유학 기간 동안 나의 자신감과 실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하시면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에게 베푸시는 그 분의 인도하심을 체험하게 하셨다.

둘째로, 유학 기간 동안 나의 가치관들과 생각들을 성경적 측면에서 새롭게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인간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과 더불어 인간의 행복을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깊은 사랑이 더욱 깊게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다.

이외에도, 유학 시절은 전문분야 실력 향상 및 은사계발 기간이었으며, 제자 양육의 결실을 맛 본 기간, 재정적 신뢰 형성 기간, 타 문화 이해 확산의 기간, 팀웍 및 공동체 훈련 기간, 그리고 아내의 은사 발견 기간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앞으로 위의 각 항목에 대해서 매달 소품의 글을 써보고자 한다. 어쩌면, 나의 경험들이 오래 전의 이야기들이라 현재 상황과는 많이 다른 면이 있겠지만, 기본적 바탕에 깔린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훈련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신한다.

지금 유학 중에 있는 모든 코스탄 가족들도 각자의 비젼과 목표를 갖고 이곳에 왔을 것이고, 이 기간을 나름대로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보내고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런데, 이 유학기간을 지내고 나서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은혜의 시간들이 있었고, 하나님은 이 기간을 통해 우리의 미래 사역에 필요한 훈련의 과정을 갖게 하신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유학 중인 코스탄들에게 우선적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각자의 유학에 대한 목표와 꿈이 내가 섬김 받고 최고가 되려는 세상적 꿈이 아니라 은사를 따라 주님과 이웃을 섬기고자 하는 비젼 중심으로 재정립하는 기회를 꼭 가지라는 것이다. 코스타에서의 충만했던 은혜들을 스스로에게 소화시키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유학 기간을 통해 하나님께서 주시고자 하는 좋은 훈련의 시간들을 의미있게 보냈으면 한다.

빌립보서 2장13절에 보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시나니”라고 말씀하신다. 우리 마음속에 유학을 소망하게 하시고, 이제 그 기회를 허락하신 데에는 하나님의 분명한 뜻이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나의 경험과 더불어 각 항목에 대해 훈련되었으면 하는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서, 여러 코스탄들과 생각과 뜻을 나누는 귀한 시간들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