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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공동체/백은실의 보석을 캐는 리더]

[백은실] 소그룹의 힘 5: 모험과 경험, 상승작용

  블루베리 치즈케이크를 만들려고 재료를 사러 장에 갔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날 따라 블루베리가 보이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오늘 저녁 후식은 블루베리 치즈케이크라고 광고를 한 터라 잔뜩 기대를 하고 들어올 게 뻔해 꼭 만들어야 했는데, 블루베리가 아닌 다른 토핑(topping)은 아직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어 시도하고 싶지 않았다. 사과나 산딸기로도 만들 수 있지만 용기가 없어 결국 디저트로 과일만 내놓았다. 그날 저녁 가족들의 실망이 대단했는데, 특히 어느 식당엘 가더라도 먹어 보지 않은 음식은 절대 시키지 않아 늘 같은 음식만 먹는 작은딸이 한마디 했다.

 제게는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고 하시더니 엄마는 왜 새로운 토핑을 시도해 보지 못했어요?

 그때 큰딸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엄마! 내일 우리랑 같이 만들어요. 저희들에게 치즈케이크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전 산딸기 치즈케이크를 꼭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다음날 우리는 블루베리보다 훨씬 더 맛있는 산딸기 치즈케이크를 후식으로 먹을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주위의 모든 것이 급변하고,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날마다 우리 삶 속으로 날아드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천과 교회 리더십은 이처럼 변화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해 모험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된다. 그럴 때마다 리더십이 직면하는 심각한 문제는 한국교회의 성도들 중 많은 분이 아직은 모험을 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하는 교회들의 사례를 통해 소그룹 사역이 바로 이 부분을 도울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것은 사람들은 혼자일 때보다 소그룹이 함께할 때 더 큰 모험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도시에 있는 한 교회에서 여태까지 친교 중심의 구역예배를 해온 모임들을 전도 목적 소그룹 모임으로 바꾸기 위해 목사님이 이름부터 다 바꾸자고 제안하시자,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장로님들이 반대하여 온 교회에 큰 분란이 일어난 일이 있었다. 그때, 목사님께서 소그룹에 관한 세미나를 해달라고 부르시며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도와달라고 하셨다. 갔더니 세미나에 참석하신 분들의 표정이 너무도 살벌했다. 마치 적군이 침입했다는 듯 무장을 하고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그분들에게는 모임의 내용과 목적이 어떻게 바뀌느냐보다 이름이 어떻게 바뀌느냐가 더 심각한 문제인 듯했다. 자신들이 익숙한 이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세미나를 통해 그분들은 소그룹의 목적이 개개인이 예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생명력 있게 성장하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목적을 정확히 알고 모이는 것이 이름부터 다르게 바꾸고 시스템을 다 바꾸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이라는 데 동의하게 된 목사님과 교회 리더들이 구역예배라는 이름은 그대로 둔 채 각 모임을 더 작은 규모로 나누고, 각 그룹에서 자신들의 소그룹에 맞는 좋은 이름들을 붙이도록 하셨다. 그리고 밥 먹고 친교하다가 헤어지는 소그룹이 아니라, 말씀 앞에서 삶을 나누고, 불신자 전도를 위해 함께 계획을 세우고, 자신이 속한 소그룹의 성격에 따라 창조적인 이름을 붙이고 이 그룹의 이름으로 선교지를 후원하고 교회 안의 여러 기관들을 돕기 시작하면서 이름으로 시험에 들어 화가 났던 시간들이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그 교회는 다른 어느 교회보다 소그룹 사역을 활발히 하면서 많은 불신자들이 찾아오는 교회로 성장하고 있다.

 목적을 정확히 알고 소그룹원들이 함께 모험과 변화를 시도하면 익숙한 것들로부터 떠나는 일이 의외로 쉽게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서로 믿고 후원하는 소그룹 안에서는 큰 감정적 소요 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된다. 소그룹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을 가지고 교회 안의 소그룹 사역을 개혁하고자 하시는 목사님들은 이름이나 책임자를 먼저 바꾸는 것보다 새로운 목적과 비전을 심어주어 내면을 먼저 바꾸고 소그룹 안에서 그분들에게 맞는 겉옷을 각자 입도록 하면, 결국 소그룹의 힘을 통해 건강한 소그룹 사역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많은 교회가 겉옷부터 바꿔 입히려다 분란이 일어나서 내면의 변화를 시도해 보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겪는 것을 보는데, 그것은 사소한 것 때문에 더 중요한 것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소그룹에서는 서로에게서 자신들이 시도하는 새로운 일에 필요한 피드백을 얻게 되어 자신감을 가지고 성장하게 된다.

 지금은 탁월한 소그룹 인도자로 사역하고 있는 한 집사님의 이야기다. 그분은 어릴적부터 주입식 교육을 받아 온 탓에 질문 만들기 세미나를 몇 번이나 듣고서도 교회로 돌아오면 자기도 모르게 다시 강의와 주입으로 인도하는 모습을 보며 무척 괴로우셨다고 한다. 그런데 리더들이 다 모이는 리더모임을 강의와 지침을 전달하던 시간에서 리더들이 각자 만들어 온 질문들을 나누고 서로에게서 그 질문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시간으로 바꾸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쁨을 누렸다고 한다. 그 집사님께서는 정말 지혜로운 선택을 하셨다. 왜냐하면 리더모임을 강의로 이끌면 그 리더들도 그들의 소그룹에서 강의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더들은 질문을 나누는 리더모임을 통해 질문을 잘 만들어 오는 다른 리더들에게서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또 자신이 만든 질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서로가 주는 피드백을 통해 알아 가면서 소그룹 인도에서 더 건설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리더모임을 통해 자신들의 질문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지고 인도하게 된다는 리더들을 자주 만나면서 새롭고 모험이라고 생각되는 일이라도 소그룹 안에서 함께 의견을 나누고 알아가며 함께 시도하면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변화를 경험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원리는 가족에게도 적용이 되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연약한 존재이고, 그 연약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 가정이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소그룹의 성원들은 서로 이 연약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해 주고 피드백을 주며 성장과 변화를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

 둘째 딸은 큰아이와 달리 수줍고 글로 표현하기를 좋아해 사람들 앞에서 뭔가 발표하는 일은 늘 어려워한다. 그러나 미국 학교는 발표를 통해 학생들이 수업 진행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하기 때문에 자주 발표를 준비하게 한다. 5분 말할 것을 준비하느라 며칠씩 땀을 흘리는 딸에게 엄마도 너와 똑같은 연약함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기도하며 열심히 노력했더니 이제는 8시간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준비한 것을 가족들이 먼저 시간을 재면서 들어주고, 좋은 점과 시정해야 할 부분들을 온 식구들이 나눠 주었더니 아이가 점점 자신감을 회복해 사람들 앞에 서기를 두려워하던 연약함을 조금씩 극복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서로를 더 믿고 신뢰하는 소그룹으로서의 가정이 되어 가는 것을 경험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소그룹에서 서로의 삶을 지켜보며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상황을 대하는 태도를, 다른 세계관을 배울 수 있게 된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이곳 미국에서도 가정문제로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결혼 전에 평안한 가정에서 지내다 결혼과 함께 힘든 삶이 시작되어 회의와 갈등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다 결국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혼은 죄라는 식의 피상적인 설교나 충고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반발심으로 교회와 소그룹을 떠나게 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한국교회에서는 아직도 이혼한 분들이나 미혼모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분들을 돌보기 위한 노력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고, 이분들도 자신의 처지를 부끄럽게 여겨 숨기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30~40대의 이혼율이 20%를 넘긴 최근의 현실을 생각할 때 이분들을 더는 방관해서는 안 된다.

 5년 전 남가주 얼바인에서 4명의 소그룹원과 함께 시작한 성경공부 모임이 2년 반이 넘어가면서 100여 명으로 늘고, 소그룹도 12그룹이나 새로 생겼다. 그중에는 자폐아를 둔 어머니들이 모인 그룹, 이혼한 분들이 모인 그룹, 대학 진학을 앞둔 자녀를 뒷바라지하느라 바쁜 부모님들의 그룹,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새댁들의 그룹, 딸과 며느리를 돌보느라 여러 가지로 힘든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 모이는 어머니들의 그룹 등이 있었는데, 특히 아기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분들이 모이는 그룹은 모임에 나올 때마다 아기용품을 다 챙겨 들고 나오시느라 어려움을 겪기도 하셨다. 리더들을 통해 그분들의 아픔을 듣기는 하지만, 직접 그 많은 분들을 돌보기에는 힘이 많이 부쳤다.

 고향과 부모님을 떠나 당하는 어려움은 고행할 때 겪는 어려움과는 또 다른 슬픔을 준다. 그래서 많은 경우 감정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이때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과 소그룹 활동을 함께 하며 말씀 앞에 자신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 나가는지를 보면서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의 현실을 보게 된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우리를 넓혀 주시고 새롭게 해주시는 세계관을 통해 관계의 어려움과 자신의 연약함을 보게 되면서 건강한 회복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게 된다. 이런 때 소그룹은 피상적인 충고와 정죄가 아닌 공감대와 슬픔을 함께 나누며 함께 기도하고 회복을 돕는 따뜻한 하나님의 손길로 쓰임을 받게 된다.

 그리고 소그룹은 자신들의 새로운 시도가 실패하여 계속하기 두려워졌을 때, 친밀한 격려와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자신의 용감한 시도에 대해 소그룹원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으며 더욱 힘을 얻어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소도시일수록 남자들의 도박이 심각한 문제다. 미국 사람들이 원주민이었던 인디언들의 문화와 삶을 도태시키기 위해 그들의 생활비를 대주면서 보호구역(reservation)이라는 곳에서만 거주하도록 한 뒤, 그 주위에 도박장을 많이 세워 그들에게 주는 돈을 다시 거두어들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도박이야말로 한 사람과 인종을 망하게 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번 도박에 빠지고 나면 목사님이 찾아가서 타이르고, 온 가족이 매달려도 고쳐지지 않는다. 급기야 목사님들이 벼락맞을 거라고 협박성 설교까지 해도 소용이 없다.

 내가 아는 한 소그룹은 손가락을 잘라도 발로 도박을 하겠다던 한 형제의 도박벽을 함께 이겨냈다. 도박을 끊으려는 노력이 거듭 실패했지만, 그 형제를 결코 정죄하지 않고 유혹을 견디기 힘든 순간에 같이 있어 주고 기도해 주어 1년 반 만에 그분이 온전히 도박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함께 있어 주고, 함께 돌봐 주는 소그룹의 아름다운 기능은 좋을 때보다 위기의 시기에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상승작용(Synergy)

 시너지(Synergy)는 에너지(Energy)와 같은 어원에서 나온 말로, 각기 다른 악기를 연주하여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이루듯 작은 것들이 모여서 이루어 내는 어떤 핵 같은 힘을 말한다.

 그 동안 소개한 소그룹의 원리들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 후원과 소속감의 원리, 학습효과, 변화의 힘, 상호책임의식,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모험과 경험의 원리는 다른 원리지만, 모두 서로 깊은 연관을 갖고 있는 것들이다. 이 원리들이 한 개인이 아니라 소그룹에 적용되었을 때, 많은 일들이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성취된다고 한다. 그리고 소그룹원들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연결되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한 몸을 이루어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위대한 일들을 이룰 수 있게 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은 함께 일할 때 더 큰 동기를 부여하고 더욱더 헌신하게 되어 각각의 재능과 탤런트가 시너지를 일으켜 더 구체적이고 특별하게 일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 몇 사람이 모여 교회를 개척하고 목사님을 모셔왔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모여드는 통에 이분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난감했던 적이 있다. 유치부부터 성인 성경공부까지 교육부 일을 다 맡아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정신없이 사역하다 청년 소그룹 모임과 평신도 리더모임을 통해 여러 사람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분들을 유치부와 유년부, 중고등부와 성인 소그룹의 리더로 훈련하여 세우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교육부만큼은 든든하게 자리를 잡아 갈 수 있었다. 남자들이 모여 무슨 말을 할 게 있느냐며 시작을 꺼려하던 남성 소그룹은 몇 달도 안 되어 수가 배로 증가했고, 모든 교회일에 핵 같은 존재가 되었다.

 모험을 싫어하는 사람도 소그룹 안에서 새로운 변화를 위해 함께 모험을 시도하고 살아 계신 하나님을 경험하게 되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는 일을 위해 섬기는 자로 자신을 하나님께 드릴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