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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점

[정대석] 새내기들에게

이코스타 2006년 10월호

매년 코스타에 참석하다보면 참석인원에 대해 분류하게 되는데 이제는 유학생이 없는 주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나와 있다. 미국에 머무르는 기간; 평균 어학연수를 위해 최소 육개월에서, 석사과정을 위해 이, 삼년을, 혹은 박사과정을 위해 오, 륙년을, 머무르게 되는 그 시간들은 익숙하지 않은 타문화권에서 언어장벽의 핸티캡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험을 통해서든 자신과 주위사람들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소중한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교회를 가게 되고 동시에 무한히 허용된 자유라는 사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삶속에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나 또한 지난 팔년간 한인 유학생 교회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인생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고민해 봤고 또 청년부 안에서 생활하면서 많은 청년들과 삶을 나누어 왔다. 그동안 그리스도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들이 들었던 청년들의 여러가지 생각들과 자세들이 있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첫번째 나에게 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던 생각은 미국에 와서 처음 교회를 다니던지 아니면 예전부터 교회를 다녔던지 상관없이 유학생들이 흔히 가지는 ‘난 그냥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이니까 대충 예배나 드리고 사람들이나 사귀다가 돌아가야겠다’라는 것이다. 잘못된 나그네의 개념이 주인의식의 결여와 주어진 삶에 충실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산물이다. 그 정체성의 시작은 나는 죄인이라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를 정결케 하시고 하나님의 뜻과 계획가운데 살게 하신다는 두가지 사실의 인식이다. 그로 인해 하나님의 자녀로서 당당하고 힘있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자 하나님의 종으로 그의 뜻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이다. 올바른 나그네의 개념은 모든 삶의 영역에서 안주하고 머무르려는 모습을 거부하는 것이자 하나님이 허락하신 삶의 시간과 공간속에서 책임있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에 나타난 인물가운데 이러한 문제에 정답을 보여주는 인물은 요셉이다. 이집트에 팔려가 군대장관 보디발의 가정총무로, 그리고 감옥에 갇힌 감옥수로 자유가 없이 타인을 섬기고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지만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시간과 공간속에서 원망과 반항의 모습을 보인다던지 대충대충 주어진 삶을 수동적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그 삶속에서 하나님을 인정하는 종의 모습과 함께 맡겨진 삶에 충실하게,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하나님 자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두번째로 아쉬웠던 점은 교회안과 밖에서 이중적 삶의 모습때문에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한 풍성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에서는 공부로서 사회적, 개인적인 인정을 받으며 살아왔다고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오게 된다. 하지만 다른 문화와 관습속에 평범하다 못해, 평균이하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유학생으로서의 현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고 하나님과 타인들에게 자신의 어려움과 아픔을 나누려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생각의 바탕에는 하나님께서 나의 마음중심의 깊은 곳까지 아신다는 것과 하나님이 우리의 연약과 아픔을 위로해주시고 도와주시길 원한다는 사실들을 가려놓는 마귀들의 방해가 있는 것이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만남을 위해서는 그분 앞에 진실되고 투명한 모습이 전제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우리의 은밀한 것까지 아시는 하나님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도우심과 긍휼하심을 바랄 때에 우리는 비로소 주님께서 위로하고 격려해 주셨으며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신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고 그로 인해 마음에 평안과 위로를 얻게 된다. 성도들과의 관계속에서도 불완전한 하나님과의 관계가 그대로 반영이 되어 자신의 삶을 성도들에게 깊이 나누지 못하는 피상적인 교제만이 이루어 진다. 따라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어려움과 아픔이 회복되지 못하고 세상속으로 나아가게 된다.

유학생 크리스챤은 하나님의 계획을 학문을 통해 세상속에 실천해 가는 사람들이다. 그러기 위해 나그네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것과 그 정체성위에 우리가 가진 사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또 성도들과의 관계에서 투명성을 유지함으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어려움과 아픔을 회복하고 세상속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