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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세계관/복음과 법

[주명수] 종교 NGO

복음과 법

종교 NGO

얼마전 기독 시민사회연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연합, 참여불교 재가연대 등 종교단체들이 연합하여 개혁을 위한 종교NGO 네트워크 발족식을 갖고 종교 바로 세우기를 선언하였다. 그들은 오늘날 종교가 황금의 노예가 되어 물량주의와 기복주의를 신앙생활의 기본으로 받들고 있으며 종교지도자들의 부정부폐와 신자들의 근시안적 신앙행위로 말미암아 대내외적인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5대 목표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였다. 교단재정의 투명성 확보와 바른 목적에의 사용, 성직주의를 타파하고 모든 구성원이 함께 진리의 삶을 사는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교역자의 헌신, 가부장적/반생명적 종교문화를 척결하기 위한 활동전개, 약한 자와 소수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교단내 법제도 개선, 교단개혁을 위한 지속적인 대안 모색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교회 등 종교단체들이 스스로 자신을 개혁하는 자정능력을 잃게 되자 이제 시민단체들이 그 동안 성역시 되었던 종교문제에까지 바른 소리, 쓴 소리를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5대 목표실현 중 눈에 띄는 것은 돈에 관한 것과 성직주의에 관한 것이다. 이는 한국 교회와도 아주 밀접하게 관계되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종교 단체들이 헌금을 잘 거두어 들이기는 하였으나 헌금의 사용이 투명치 못해 내외적으로 비난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또 헌금이 인재를 길러 내거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사용되기 보다는 경쟁적으로 더 큰 건물을 짓는데 사용된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어떤 교회들은 성전건축을 교회목표로 삼았다고 하면서 교회 주보에까지 실어 홍보를 하기도 하였다. 성전건축은 교회의 목표가 될 수 없다. 교회의 목표는 사람을 데려다 예수님 믿게 하고 예수님 닮은 사람으로 만들어 그로 하여금 다시 이 세속사회에 들어가 거룩한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헌금은 올바른 방법으로 거두어야 한다. 헌금은 올바르게 사용되어야 한다. 헌금사용은 투명해야 한다. 앞으로 성도들은 목사의 헌금하라는 설교를 듣고 헌금하기 보다는 연말 결산보고서를 보고 헌금을 하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다. 성도들은 연말 결산보고서를 볼 것이다. 연말 결산보고서를 통해 헌금이 옳게 사용되었는지를 보게 될 것이다.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키우는데 헌금이 사용된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성도들은 헌금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자기가 기부한 헌금이 이렇게 잘 쓰여졌으니 왜 더 많은 헌금을 하지 않겠는가. 반대로 연말 결산보고서가 헌금이 올바르게 사용되었다는 흔적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성도들은 더 이상 그곳에 헌금하지 않을 것이다. 헌금을 많이 하면 더 많은 복을 받을 것이라는 반협박조의 설교를 듣고 헌금하는 성도들은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을 확신한다. 목회자들이 성도들에게 헌금을 하라고 설교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이제 한편의 설교로써 헌금을 거두어 들이는 시대는 지났다. 헌금에 대한 성경적 원리를 가르쳤으면 이제 예산 결산보고서를 성도들에게 보여 줌으로 자발적으로 헌금하도록 하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성직주의의 타파라는 단어가 유난히 눈에 띈다. 성직자란 특별한 소명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성직자는 평신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지위를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국교회가 성도들에게 주입시켜 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 성도들은 성직자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되었다. 성직자의 말은 곧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게 되었다. 평신도들은 성직자 앞에서는 늘 주눅이 들었고 그들에게 바른 말을 감히 하지 못했다. 성직자들의 말에는 감히 의문을 달지 못했다. 성직자에게는 감히 질문도 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성도들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전인적 회복을 이룬 바른 영성을 가진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성직자는 목자이고 평신도들은 양이므로 양이 새끼를 낳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성직자나 평신도나 모두 하나님 앞에서 양으로서 모두 성장해 가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성직자는 양무리 가운데 조금 성숙한 양으로서 미성숙한 양들을 돌보기 위해 보냄 받은 선물에 불과하다. 성직자와 평신도 간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모두 하나님 앞에 양이다. 모두 함께 고민하며 성장해야 할 양들이다. 모두 선한 목자의 인도를 받아야 될 양들이다. 선한 목자는 한 분 뿐이시다.

종교 내부의 문제를 밖으로 끄집어내 건강한 평가를 받게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종교 NGO 네트워크의 발족, 그 자체가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