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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사역/obKOSTA

[최원영] 바리새인 테스트

post-KOSTA

바리새인 테스트

나에게는 나만의 '신앙상태 자가진단 테스트'가 있다. 나의 신앙상태가 침체기에 들어섰는지, 아닌지를 살펴보는 테스트가 되겠다. 뭐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무슨 준비가 필요한것도 아니다. 간단하다. 잠시 눈을 감고 예수님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예수님이 오늘 오신다고 가정한다. 이때 내 마음의 상태를 살핀다. 내가 주님께 잘못하고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을 바로 잡으려 하지않을 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예수님, 오늘 오시지 말고요, 다음에 오세요." 이 말은 내가 한국에 있을 때 혼자 집을 보다 각종 수금원(신문, 전기, 가스) 아저씨들에게 말하던 내용과 너무나 엽기적으로 유사하다 "지금 아무도 안 계시니까, 다음에 오세요." 한 마디로 오시는 예수님 맞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이런 반응이 나올 때는, 십중 팔구 내가 이미 영적 침체국면에 들어 있거나 아니면 침체국면을 향해 달려갈 때다. 물론 나도 언제나 영적침체에서 허우적대는 것은 아니니, 내 마음의 예수님께 달리 반응할 때가 있기도 하다. "예수님, 뵙고 싶어요. 오늘 오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렇게 예수님께 말할 수 있다면 '내가 영적성장 국면에 있구나' 생각하고 안심했었다. '나도 이제 많이 컸구나' 생각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곤 했다. 하지만 내 마음에 이런 '똘똘한' 반응이 있다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그래서 다음으로 만든 테스트가 있다. 이름하여 "바리새인 테스트". 이번에는 준비물이 하나 필요한데 그것은 성경구절 누가복음 18장 10절-13절이다. 이 구절에는 바리새인의 기도와 세리의 기도가 등장한다. 함께 읽어 보자.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 갔다. 하나는 바리새파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세리다.

바리새파 사람은 서서 혼잣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는 토색한 자나 불의한 자나 간음하는 자 같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으며, 또는 이 세리와도 같지 않습니다. 나는 이레에 두번씩 금식하고 내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그런데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우러러 볼 엄두도 못내고, 가슴을 치며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표준 새번역, 눅18:10-13)

이 두 기도를 읽고 내가 누구와 더 비슷한지 비교해 본다. 많은 경우 나는 세리보다 바리새인과 비슷하다. 예를 들면,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는요, 교회는 안 빠지고요, 교회에서 중등부 학생도 가르치고요, 요새는 이코스타에 글도 씁니다. 그리고 나는 다른 날나리 크리스천과는 달라요. 또 교만하지도 않구요. 예수님, 오늘 오세요." 이 경우 나는 이 "바리새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바리새인이 아니라 세리를 의롭다 하시기 때문이다(눅18:14).

왜 예수님은 신앙의 모범생 같은 바리새인을 의롭다고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신앙의 낙제생 같은 세리를 의롭다 하시는가? 그 차이는 은혜다. 오늘도 나는 주님의 은혜를 목말라 하는가? 아니면 주님의 은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가? 주님의 은혜가 내 삶에 녹아 있는지, 아니면 주체 할 수 없는 나의 의로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만일 누가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된 줄 생각하면 스스로 속임이라"(갈6:3). 하나님의 은혜가 없이 나는 존재할 수 없다. 하나님의 은혜가 없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코스타가 나에게 준 선물이 있다면, 그것은 사역자 의식이다. 이 의식은 우리는 복음을 향유하는 '복음의 소비자'일 뿐 아니라, 주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복음의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하지만 주님의 일을 할 때 내 안에 있는 바리새인들을 몰아내지 못한다면, 내가 하는 그 모든 일들은 의미가 없음을 깨닫는다. 주님을 위해 하는 그 일이 오히려 주님의 의를 가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안다. 나는 아마도 평생 내 안의 바리새인들과 싸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무익한 나를 부르시는 하나님에게 감사하다. 주님의 일을 하는데 있어서 우리는 해야할 일을 겨우 하는 무익한 종(눅 17:10)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