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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과 예배/박성호의 찬양을 이야기하자

[박성호] 전쟁의 시간에 부르는 한줌의 찬양

찬양을 이야기 하자

전쟁의 시간에 부르는 한줌의 찬양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그러므로 땅이 변하든지 산이 흔들려 바다 가운데 빠지든지
바닷물이 흉용하고 뛰놀든지 그것이 넘침으로 산이 요동할지라도 우리는 두려워 아니하리로다 (셀라)
한 시내가 있어 나뉘어 흘러 하나님의 성 곧 지극히 높으신 자의 장막의 성소를 기쁘게 하도다
하나님이 그 성중에 거하시매 성이 요동치 아니할 것이라 새벽에 하나님이 도우시리로다
이방이 훤화하며 왕국이 동하였더니 저가 소리를 발하시매 땅이 녹았도다
만군의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니 야곱의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 (셀라)
와서 여호와의 행적을 볼지어다 땅을 황무케 하셨도다
저가 땅 끝까지 전쟁을 쉬게 하심이여 활을 꺾고 창을 끊으며 수레를 불사르시는도다
이르시기를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내가 열방과 세계 중에서 높임을 받으리라 하시도다
만군의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니 야곱의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 (셀라)" (시편 46편)

3월17일 저녁 8시, 부시 대통령의 최후통첩(最後通牒) 연설이 전세계에 방송됨과 동시에 그동안 우리 모두가 걱정과 안타까움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전쟁이 드디어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최후통첩으로 던져준 시간이 72시간에서 48시간으로 줄었다는 것만 예상과 달랐지 사실 모든 내용은 언론이 예상했던 것과 거의 동일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느낌이다.

이번 전쟁은 나의 마음을 참으로 무겁게 한다. 얼마 전부터 담당하게 되어 내가 사역하고 있는 대학부에 소속된 3명의 젊은이들은 미국 해병대 소속으로 파병되어 지금 쿠웨이트에서 전쟁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자기의 양들이 지금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나가서 외로이 떨고 있는데 안타까워 하지 않는 목자가 있다면 그는 거짓목자일 것이다. 그중의 한 형제는 얼마 전 싱가폴의 어느 해안을 배로 지나가고 있다며 ‘바그다드의 지상군으로는 아마도 최초로 투입되는 부대의 소대장으로서 자신이 부대원들을 두려움 없이 잘 인도할 수 있도록, 또 생화학 무기가 사용되지 않도록 제발 기도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를 받고 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때를 잘못 만난 까닭에 이제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가야 하는 수많은 젊은 군인들, 가공할 만한 최첨단의 무기와 폭탄에 의해 희생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수많은 이라크의 민간인들, 바그다드 인구의 반 정도가 15세 이하의 어린이들이라는 어느 기사를 읽은 나의 마음은 더더욱 아프다. 과연 전쟁을 불가피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던 지난 수개월 동안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게 동시에 오버랩 되는 이라크의 정유 탱크들의 모습과 정치인들의 미사여구로 치장된 연설문 속에 담긴 꿍꿍이속을 짐작하는 나의 마음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

9.11사태 이후 딕 체니 부통령이 가장 많이 읽고 연구했던 분야가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라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지금 부시 행정부가 밀고 나가는 모든 대외적인 추진력의 향방은 과연 아메리카 제국이 계속해서 앞으로도 세계 최고의 열강으로 커나갈 수 있는가 하는 고민 속에 시작된 것임이 분명하다. 이라크, 이란, 그리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2001년의 국정연설에서 이미 이번 전쟁의 서막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때 이라크에 대해 걸고 넘어졌던 알 카에다와의 관련성 이야기는 전쟁을 시작하는 지금 쑥 들어가고 없는 것이 내게는 신기할 뿐이다. 한반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로서는 또한 이번 전쟁이 어쨌든 끝나고 나면 지금 북한에 대해 걸고 있는 정치적인 시비가 다시금 링 한가운데로 올려져서 이제 한반도가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격전장으로 치닫게 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걱정한다.

매일 아침 기도로 일과를 시작하고 성경공부 모임을 주도한다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이야기는 혹시나 아랍인들의 눈으로 볼 때 사악한 근본주의자 기독교인들이 시작하는 아마겟돈 전쟁으로 비추어 지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앞으로 계속될 중동과의 분쟁을 통해서 13억 모슬렘 국가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 왜곡되고 복음의 문이 더더욱 닫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마치 십자군 전쟁을 통해서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에 벌어진 상처의 골이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깊게 남아 있는 것처럼 이런저런 생각으로 요즘 마음이 매우 무겁다.

사담 후세인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도 결코 편한 것들은 아니다. 생화학무기가 없기 때문에 사용할 수도 없다는 그의 말이 사실일지 아닐지는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라 치더라도, 바그다드의 병원과 학교 등의 민간인 시설에 민간복을 입은 군인들을 배치하여 끝까지 결사항전 하겠다는 이라크 측의 성명은 결코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다.

한편으론 쿠르드족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본다. 얼마 전 교회에서 있었던 선교대회에서 우리가 입양했던 종족이 바로 이 쿠르드족이었기 때문에 내게 더더욱 관심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북 이라크 지역에만 5백만명의 쿠르드족이 살고 있다는데 이들이야 말로 후세인 정권의 몰락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던 것이 아닌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자신들에게도 그토록 목이 마르도록 기다렸던 민족 해방과 새로운 쿠르드 국가의 건설이 꽃피게 되는 것은 아닐지 기대하고 있는 민족도 있다는 사실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터키 정부에게 눌려서 살던 쿠르드 족들까지도 다들 북 이라크 지역으로 이주해 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꿈에 젖어 있는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다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이란과 이라크와의 분쟁 속에서 미국과 서방이 개입해 왔던 중동의 80년대 정치사를 공부해 보려다 그냥 덮어 버렸던 것도 너무 머리가 복잡해서였다.

"이방이 훤화(喧譁)하며 왕국이 동하였더니 저가 소리를 발하시매 땅이 녹았도다." (6절) 본문은 딱 요즘의 중동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런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에 하나님이 언제 소리를 발하셨다고 지금 시편 46편의 기자는 ‘산이 요동할찌라도 우리는 두려워 아니하리로다’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말하는 이방과 왕국은 이스라엘인들이 아닌 다른 이방인들만을 말하는 것일까. 기독교인 부시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나라’에 속한 아랍 국가들만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와서 여호와의 행적을 볼찌어다. 땅을 황무케 하셨도다. 저가 땅끝까지 전쟁을 쉬게 하심이여. 활을 꺽고 창을 끊으며 수레를 불사르시는도다. 이르시기를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찌어다. 내가 열방과 세계 중에서 높임을 받으리라." (8-10절) 이 말씀은 무슨 말인가. 활을 꺽고 창을 끊으며 수레를 불사르신다고? 이라크 군이 들고 있는 초라한 장총들을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미국이 자랑하는 최첨단의 무기들- 스텔스 비행기와 각종 신형 폭탄들, 지하벙커를 뚫고 지나가서 통신기기들만을 감지해서 폭파시키고 통신수단을 두절시키는 폭탄과 무인정찰기, 목표물의 범위가 10미터를 벗어나지 않는 최첨단 폭탄 등- 이 모든 것들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 깊이 드는 것은 잘못된 착각일까.

과연 하나님은 이 광기(光氣)의 시대 속에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 분일까. 이런 상황에 노래는 무슨 노래? 무슨 찬양은 찬양? 어떻게 시편의 기자는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찌어다" (10절) 라고 고백할 수 있는 것이었을까.

지금까지 지나왔던 인류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수백년 동안 진행되어 왔던 십자군전쟁이 비 서구인들에게 준 아픔을 생각해 보라) 하나님은 서구 기독교 백인들이 외치는 그들만의 하나님도 아니요, 이스라엘과 유대인들만을 편애하시는 하나님도 아니요, 중동의 모슬렘 국가들을 쳐 죽여야 할 사탄의 무리들로 몰고 가시는 하나님도 아니요, 시편 46편의 고백처럼 활과 창과 수레의 힘만을 믿고 까불대는 모든 바벨탑의 후예들에게 참된 메시지를 던지며 다만 하나님 그분만을 경외하며 그분이 주시는 참된 평화의 소식을 고대하는 모든 이들의 하나님이 되실 것을 나타내시고 드러내실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하나님은 미국 편도 아랍국가 편도 아니시다. 대한민국 편도 북한 편도 아니시다. 우리의 하나님은 우리의 이 모든 정치, 사회, 경제학적인 이념과 이해관계를 뛰어 넘어 모든 열방이 주를 보며 주 앞으로 나아올 때까지 그분의 하나님 되심을 드러내실 분이시다. 인간의 힘과 능력으로 세상을 어찌해 볼 수 있다는 헛된 자만심이 꺽이는 그날이 오면 이 말씀의 참 뜻을 알게 될 것이다.

"Be still and Know that I am God."
모든 열방들이 주를 알게 되는 그날이 어서 오기까지 이 찬양의 메시지를 외치며 불러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