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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과 예배/박성호의 찬양을 이야기하자

[박성호] 지난 코스타에서 받았던 어떤 목사님의 편지

이코스타 2003년 11월

그 런 다음에 악마는 그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 모든 권세와 그 영광을 주겠다. 이것은 내게 넘어온 것이니, 내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줄 것이니, 내 앞에 엎드려서 절을 하면, 이 모든 것을 갖게 될 것이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하였다." (누가복음 4:6-8, 표준 새번역)

하 나님이 받으셔야 할 영광을 사람이 대신 가져가는 것. 이것은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시작하는 최초의 반역이자 사탄이 가장 좋아하는 전략이다. C. S. Lewis는 그의 책 '순전한 기독교'에서 교만의 문제를 다루면서 그 장(章)의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가장 큰 죄." 마귀가 우리를 넘어뜨릴 때 쓰기 좋아하는 최선의 무기는 바로 교만이라는 실탄이다. 그는 여간해서 이 실탄에 쓰러지지 않았던 이들을 본 적이 없을 정도이다. 다행히 예수님께서 최초의 유혹에서 승리의 모본(模本)을 보여주셨음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다행스러워 할 뿐이다.

찬 양을 인도하는 이들에게, 휘황찬란한 조명을 받는 입장에 서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최대의 무기 역시 바로 교만이라는 무기이다. 해가 지날수록, 찬양 인도자의 입장에서 사람들 앞에 서는 시간이 많아지고 길어질수록 나에게도 똑같은 유혹이 끊임없이 밀려오는 것을 항상 경험한다.

지 난 2003년 시카고 코스타에서 나는 한 목사님으로부터 친필의 편지를 받았다. "찬양팀 박목사님에게, 저는 *** 교회를 섬기고 있는 *** 목사입니다. 많이 망설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씁니다. 저는 지난 9*년부터 Kosta-USA에 참여하기 시작하여 올해까지 *번을 참석하고 있는 나름대로 Kosta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찬양팀이 제일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가진 팀이라고 여겨집니다. 진심입니다... 이번 찬양팀을 보면서 찬양과 찬양팀이 예배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느끼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중략) 전혀 개인적인 느낌과 의견이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한번만 깊이 생각해 봐 주십시오. 어제 저녁 마지막 찬양은 좀 오버했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그것은 찬양이 너무 현란하고 요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제 조금씩 나이가 먹어 가는 사람이지만 찬양할 때 소리치고 춤을 추며 빠른 템포로 드럼을 치지 않고는 토해내고 표현해 낼 수 없는 감동을 인정하며 인정할 뿐만 아니라 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어제 찬양과 연주의 중심에 누가 있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찬양이 과연 Praise the Lord 였느냐, 아니면 Praise the Music and the music play 였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버했다는 것은 취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오버는 꼭 있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누구에게 혹은 무엇에 취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혹시 어제 찬양과 연주는 자신과 자신들의 연주에 취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혹시 어제 찬양과 연주를 통하여 하나님이 드러나신 것이 아니라 여러분과 여러분의 현란한 그리고 탁월한 연주를 드러낸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와 같은 오류는 저와 같은 설교자들도 일상적으로 범하는 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교를 통하여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지 못하고 은근히 설교자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하는... (후략)"

목 사님의 편지는 세 번째 날이었던 수요일 밤에 있었던 '찬양의 밤' 시간에 마지막 피날레 곡으로 "Romans 16:19 Says"를 부르면서 젊은 사람들과 그야말로 헤드 뱅잉(Head banging)까지 해가면서 격정적으로 마쳤던 그 순서를 보시고 돌아오셔서 쓰신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 마지막 시간에 앙코르를 외쳐대는 사람들의 호응에 발맞추어 의자까지 들었다 놓았다 하는 쇼(?)를 연출했던 나의 모습을 확연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 편지가 나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쓴다는 목사님의 편지는 비록 코스타가 지난 몇 달 후에 누군가의 손을 통하여 전달되어 읽어보게 되었지만, 내 삶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편지가 되었다. 답장을 통해서 나는 목사님께서 설교자 자신에게도 이러한 똑같은 유혹이 찾아옴을 진솔하게 표현해 주신 마음에 감사 드리며 늘 하나님 앞에서 오버하지 않으며 그저 질그릇처럼 소담하게 주님의 위대함만을 담아내는 사람이 되겠다고 감사의 편지를 드렸다. 요즘 그 결심을 잘 지키고 있는지 오늘 생각해 보니 여전히 오버하는 삶의 순간들이 참 많았다는 것을 느낀다.

요 즘 우리 교회에서는 지난 두 주 동안 계속해서 인터넷이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해서 여러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사무실 집사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누군가의 컴퓨터 내에 들어온 웜 바이러스가 교회 내 모든 인트라넷에 일으킨 현상이라고 문단속 잘하고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당부를 들었다. 그런데 지난주일 아침 컴퓨터를 켜보니 또 인터넷이 안 되는 것이었다. 주일에만 켜는 도서관 컴퓨터나 다른 부서의 컴퓨터에 숨어있던 이 녀석들이 컴퓨터를 켜는 순간 다시 또 인트라넷에 퍼져서 일어난 일임이 분명했다. 해결책은 그 문제를 일으킨 본래의 컴퓨터를 찾아낸 후에 안티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돌리고 돌려서 완전히 사멸시킬 때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씀이 내겐 내 안에 숨어 있는 가장 큰 죄, '교만'이라는 웜 바이러스를 말씀하시는 이야기로만 들린다.

음악인의 탁월성을 드러내기 위한 찬양, 설교자의 탁월성을 드러내기 위한 설교. 이 두 가지는 목사로서 또 예배 인도자로서 늘 조심하고 명심해야 할 웜 바이러스(Worm Virus) 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