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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신앙/Joy의 편지

[오화영] Joy, 또 일 저지르다!

Joy의 편지

Joy, 또 일 저지르다!

제가 부러워하는 두 가지 체질이 있습니다.

하나는 바로 "무대체질"

평소엔 뭐 별 볼일 없는 거 같은데 무대에만 올라가면 갑자기 말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연주도 잘해서 그야말로 폼나는 체질. 그러나 저는 애석하게도 "하던 짓도 멍석 깔아주면 못한다"는 속담에 딱 어울리는 전형적 인물이죠. 이야기도 중얼중얼 거리기는 하는데 여러사람 앞에 나가서 하라면 덜덜 떨고, 대학 때는 성악을 전공 하면서도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영~~ 어색해서 늘 "성악과 반주 전공" 이라고 우기면서 남들 노래할 때 반주하기를 즐겼다면 이해가 되실지...

또 다른 부러움의 대상은 바로 “공부체질”입니다

저는 자칭 “살림체질” 내지는 “백조체질” 이거든요. 정말 살림을 잘할지는 결혼을 해봐야 알게될 일이지만 어쨌거나 공부 보다는 살림이나 엉뚱한 것에 취미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일단 학교 가는 것 보다는 수퍼마켓 가는 걸 좋아하고, 리서치 하는 것 보다는 시장조사 하고 책구경, 음반구경 하기를 좋아하고, 도서관에 앉아있는 것 보다는 부엌에서 뭘 만들어 먹거나, 벤치에 앉아서 먼 산 바라보기를 좋아하죠. 물론 매일 그걸 해야만 하는 입장이 되면 어찌될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겁니다.

이런 저에게 갈등생기는 일이 생겼으니 바로 “유학

사실 오래 전부터 바라던 일이었지만 이렇게 늦게(?) 기회가 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아들래미가 유치원엘 들어간다는 둥, 어버이 날 카네이숀을 달아주더라는 둥, 알수없는 딴 나라 이야기를 해대는 판국에 저는 다시 학교를 가야 하다니... 사람들의 시선이 등뒤에 꼽혔습니다. “쯧쯧 시집이나 갈 것이지... 이제 유학을 가면 언제 시집을 가누” 그러면 저는 이렇게 얼버무려 넘겼습니다. “공부는 혼자서두 할 수 있지만 결혼은 혼자서 못하니깐, 일단 혼자서 할 수 있는 거 하려구요.” ^^;;

그리고는 결국, 2000년 1월에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말았죠.

부모님의 기억에 따르면 저는 5살 때부터 시집가는게 꿈 이었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은 달랐던 모양입니다. 결국 저를 이 나이에 공부하라고 미국 땅에 떨어뜨려 놓으신 걸 보면 말입니다.

음...저는 압니다.
결혼하면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음악, 하나님 모두 뒤로하고 살림만 하며 “결혼생활”을 신처럼 받들며 살 사람 이라는 걸 말이죠. 하나님도 그 사실을 아셨겠죠. ^^ 그래도 아직까지는 하나님 앞에서 제가 꼼짝 못한다는 것을 아시기에 저를 이곳에 두고 달래는 중이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얼떨결에 시작된 듯한, 그러나 하나님의 철저한 계획 속에 시작된 Joy의 유학생활. 그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구구절절이 설명드리지 않아도 모두들 미루어 짐작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무대체질도 아니고 공부체질도 아닌 제가 졸업을 앞두고 또 다른 모험을 감행하게 되는군요. 미국에 온 이후, 선배, 후배, 친구 등 세계 각 곳에 흩어져 있는 지인들에게 제 소식을 알리고, 유학생활의 기록을 남기자는 차원에서 Joy's email~*을 보내곤 했는데요. 이제 그 비슷한 것을 오픈된 웹 공간에 실어야 할 운명에 처했지 뭡니까~?

한 편으로는 두려움이 마구 몰려오기도 합니다.

이젠 더 이상 내가 보내고 싶으면 보내고 말고 싶으면 말 수 있는 “내맘대로 식”의 이메일이 아닌 것이죠. 책임을 가지고 써야하는 “일”이 될지도 모르는 것. 때로는 감사보다 불평으로, 때로는 잘한 일 보다는 엎어지고 코깨져서 빨간약 바르고 부끄러워할 순간이 더 많을텐데 그런 걸 천하에 공개를 해야하나...싶은 갈등이 있습니다.

이미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조금은 알고, 다른 사람들 마음이 내 맘 같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어쩌면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도마위의 생선이 될 수도, 그리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을 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온갖 위험부담을 안은채 이 일을 결단합니다. 저는 새로운 깨달음을 전할 지혜나 지식도 없고, 매끄러운 글 솜씨도 없고, 남의 인생을 바꿀만한 설득력은 더 더욱 없습니다. 다만 그저 제가 공부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길을 걸으면서, 피아노를 치면서, 음식을 만들면서, 언제 어디서든 늘 기억하며 살려고 애쓰는 그 분, 저와 함께 하시는 그 하나님의 사랑과 성품, 그리고 함께하심을 나누고 싶습니다. 저의 약함 속에 드러나게 될 하나님의 강함을 기대합니다. 그 분이 드러나길 기도해 주세요.

주 안에서 행복~*

sAN frANcIsCO,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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