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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책읽는 이야기

[조한상] 2007년 5월에 읽은 책들

2007/6

다양함. 지난 달에는 정말 다양하게 읽었다. 고전과 신간, 개인영성에서 사회참여까지... 그런 가운데 너무도 유익했던 어설픈 책읽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잊혀진 제자도", Dallas Willard, IVP, 2007
‘Great omission’이라는 영어 제목이 좀 더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달라스 윌라드의 새 책. 더구나 신국원, 유진 피터슨, 알리스터 맥그래스, 오스 기니스 등이 추천한 책을 사서 읽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하나님의 모략’, ‘하나님의 음성’, ‘마음의 혁신’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저자 달라스 윌라드의 제자도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잔뜩 기대케했던 이 책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윤종석씨의 깔끔한 번역이 더욱 돋보인 이 책에서 저자는, 제자가 되지 않고도 크리스천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치는 복음주의의 흐름을 개탄하며, 제자의 삶을 살기 위한 영성 개발과 영적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중에서도 침묵의 훈련을 특히 강조함으로 저자의 현재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었던 책. 꼭 한번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

“Papa prayer: the prayer you've never prayed”, Larry Crabb, Thomas Nelson, 2006
로렌스 크랩. 그는 ‘결혼건축가’의 저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저자이다. ‘결혼건축가’ 이외에도 ‘아담의 침묵’, ‘끊어진 관계 다시 잇기’ 등 인간 내면과 인간 관계에 대한 글들을 주로 저술하는 로렌스 크랩의 기도의 관한 책. 그런 저자의 배경 때문인지, 이 책은 ‘사귀의 기도(김영봉)’, ‘하나님의 음성(달라스윌라드)’의 심리학(?) 버전같은 인상을 받았다. 관계의 기도가 다른 어떤 기도 (예를 들면 간청의 기도)보다 앞서야한다고 역설한다. 같은 내용이 지나치게 반복된다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기도에 관한 실질적인 팁이 큰 도움이 된다.

"기독교 교리 이해", Alister McGrath, 기독교문서선교회, 2005
“너무나 자주 교리는 일상의 삶과는 무관한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그래스 교수는 교리 없는 기독교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하면서, 교리가 기독교 진리의 표현이며, 역동적인 기독교 삶을 위한 틀을 제시하고 이단을 방어하기 위한 보호책이 된다고 강조한다.” (책 소개에서)

이미 ‘책읽는 이야기’에서 여러번 소개되었던, 영국 복음주의 차세대 대표학자인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꽤 난해하고 심도있는 책을 주로 저술하기는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쉬운 필체로 독자를 찾아오기도 한다. (참고로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또 다른 쉬운 필체의 책을 살펴보면, ‘예수님을 경험하는 영성 훈련’, ‘하나님 얼굴을 엿보다’, ‘내 평생에 가는 길’ 등이 있다)

실제로 교리가 우리의 삶과 신앙과 여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하면서, 결코 사변적이지만은 않은 교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창조자의 정신", Dorothy Sayers, IVP, 2007
이미 익숙하지만 쉽지 않는 개념을,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으로 탁월하게 설명하는 것을 들을 때, 그때 접하는 느낌을 무어라 설명할까. 19세기 말에 태어난 도로시 세이어스는 희곡 작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자되신 하나님의 속성과 삼위일체 개념을 멋지게 설명해 낸다. 문학 창작 속에 드러나는 삼위일체의 속성, 그리고 창조과정 속에 선택된 단어와 선택되지 못한 단어의 유비를 통해 설명하는 선악의 이야기 등은 책을 읽는 내내 나를 흥분케 했다.

IVP에서 모던클래식으로 선정하여, 존스토트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이어 두번째로 나온 책. 최근 출판된 모던클래식 세번째 책 ‘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 (니콜라스 월터스토프)’도 기대하게 한다.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 Walter Wink, 한국기독교연구소, 2004
평소 접하는 관점과 사뭇 다른 눈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책은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곤 한다. 복음주의 계열의 독자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월터 윙크의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을 알게 된 것은, 월간 <복음과상황>에 실린 책소개를 통해서였다. (몇월호였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한국기독교연구소’라는 출판사의 책이라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분명 사회참여를 좀 더 강조하는 신학을 담고 있다. 사회 정치 체제 자체를 ‘원래 선하지만, 지금은 타락했고, 또 구원 받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비폭력적이지만 적극적으로 대항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에서 소개된 꽤나 독특한 산상수훈의 해석정도만 예전에 한완상 교수의 “저 낮은 곳을 향하여”라는 책에서 본적이 있을 뿐, 다른 내용은 생소한 개념만큼이나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 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