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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사역/eKOSTA 갤러리

[함철훈] 한 순간에 눈과 가슴이 열릴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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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에 눈과 가슴이 열릴 때가 있습니다

별들은 말 할 것도 없고 하늘마져 보기 힘든 도시 생활에 묻혀 지내다 <땅 끝 사람들을 사랑하는 우리 젊은이들>이란 기획으로 아시아 오지를 취재할 때였습니다. 인도 캘커타 갯벌에서 배로 여섯 시간쁨 갠디스강을 거슬러 오르게 되었습니다.

새벽 한 시 쯤 되었을 까?
썰물로 강 수위가 낮어져 더 이상 배가 나아갈 수 없어 닻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쿵쿵거리며 밤 하늘을 가득 채우던 엔진 소리와, 배 앞 길을 길 게 밝히던 전조등 불빛도 꺼졋습니다. 이제 바람마저 장든 배 앞 갑판에 나 혼자 서 있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아득한 적막의 시공 속에 나마져 스스로 생소합니다. 까만 하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총총한 별들과 갠디스 강 수면 밑을 꼭 하늘 만한 거리를 두고 반사되는 별 바다 한 가운데 낯선 내가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얼마 동안 나는 빛에 열려 있었습니다.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면 하나는 필름 위에, 그리고 또 하나는 내 심상 위에 그렇게 두 개의 상이 맺혀집니다. 필름 위에 맺혀진 영상은 빛이 차단된 어둠 상자 속처럼 캄캄하지만, 심상에 맺어진 영상은 자유스럽게 나를 위로 합니다.

지붕 위에 쪼그려 앉아 지난 밤에 떨어진 별들을 세고 있는 꼬마와, 그 별들을 주으려 밭으로 나가는 여인들의 사리가 바람에 날려 싱그럽습니다. 그 모두를 담고 있는 밤 하늘은 오늘 밤에도 뿌릴 별들을 위해 빛을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