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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신앙/박길홍 성경이야기

[박길홍] 동사와 형용사 미국으로 유학와서 공부하는 중에 한국에서 공부하던 것과 참 다르다는 것을 느낀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아무때나 자유롭게 질문하던 것을 보면서 일종의 “질문권”이라고 불러도 좋을만한 것이 미국의 수업에 있는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정행위가 거의 없는 것도 색달랐습니다. 강의계획안(syllabus)이 그대로 지켜지는 것도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과제물을 제출할 때, 내용도 내용이지만 포맷과 스타일을 엄격하게 따지는 것도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멋진 형용사들을 늘어놓은 일반적인 진술(general statements)에 내려지는 혹독한 평가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공부할 때만 해도 멋있게 “썰을 풀어놓”으면 어느 정도 -경우에 따라서.. 더보기
[박길홍] 자신과의 절교 의사로 일하다 보면 담배나 술을 끊지 못해서 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적지 않게 보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그런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많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술을 끊는 것을 돕는 데는 AA(Alcoholics Anonymous)라는 프로그램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 방지회라고 번역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후레드릭 뷰크너라는 소설가면서 목사인 분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하면서 교회의 모습이 바로 AA 같아야 하지 않을까 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무척 공감이 갔습니다. 이 모임은 물론 술을 끊기 위한 모임입니다. 모임의 이름이 말하는 대로 자신의 이름을 감춘 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입니다. 수련의 시절에 견학을 갔는데 누구에게나 참석이 허용된 모임이 있.. 더보기
[박길홍] “열 여덟해 동안이나” 의과대학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정신과를 돌고 있었으니까 아마 4학년때였을 겁니다. 계단식 강의실에 수련의들과 저희 학생들이 앉아 있고 잠시 후 교수가 환자와 그 어머니와 함께 들어옵니다. 어머니는 저기 옆으로 가서 앉습니다. 교수가 그 환자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의학 교육의 한 장면입니다. 정신과 환자들의 대답은 엉뚱할 때가 많습니다. 교수가 물어봅니다. “만약 길을 가다가 우체통 옆에 우표가 붙은 편지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환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거 청와대로 가는 편지지요?” 이런 문답이 몇 번 오갑니다. 자리에 앉아있는 학생들과 수련의는 킥킥대고 웃습니다. 교수는 차분하게 문답을 계속합니다. 그런가하면 그같은 어뚱한 대답을 들으며 한 옆에서 눈물을 닦아내는 사람도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