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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신앙/한국인과 예수인

[이진석] 모듬 비빔밥으로 하나되다 한 국인의 하나 되는 정서는 한 솥 밥을 먹는 데서 나온다. 그래서 구한말 보부상들이 다닐 때 남의 집에서 신세를 지더라도 솥만큼은 따로 가지고 다녔고, 손님은 따로 솥에 밥을 지어주었던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비빔밥, 그것도 모듬 비빔밥은 이런 하나됨을 한 차원 더 올리게 한다. 어릴 적 자랐던 교회에서는 여름마다 산 집회를 갔었다. 일주일간 천막을 치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각 천막 별로 공동식사가 이루어진다. 야외인지라 식기가 여의치 않았다. 그래도 여분의 숟가락만 있으면 걱정하지 않았다. 깊숙하게 파진 큰 양푼 그릇에 남은 밥과 반찬을 넣고 휘 젓 거리면 훌륭한 비빔밥이 만들어졌다. 킬킬거리며 머리들을 맞대고 입 속에 무엇이 들어가는 지도 모를 정도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즉.. 더보기
[이진석] 냉면 유죄 한 번은 어른 목사님들과 같이 미 동부 필라델피아의 한국 식당을 갔다. 어르신 목사님께서 주문하셨다. “여기 식당에 회 덮밥, 빨리 나오지요?” 말 떨어지자 말자, 기다렸다는 듯이 너도나도 회 덮밥이다. 먼저 와서 멋모르고 다른 것을 시킨 사람들도 슬금슬금 회 덮밥으로 바꾼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었다. 난 그 날 정말 회 덮밥 무드가 아니었다. 아랫배에 살짝 힘을 주며 떨리는 목소리로 냉면 곱빼기! 주문하는 순간, 방안의 체감 온도가 냉랭하게 내려감을 느꼈다. 그 날 냉면은 무척 춥게 먹었다. 미국에서 찍히던 순간이었다. 그 로부터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이제는 아무도 음식점에서 어른의 눈치를 보면서 주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 있으면 고지식하고 주.. 더보기
[이진석] 들임글 (Introduction) 나 의 관심은 한국인이 신앙, 인생, 세계와 사람들을 접근할 때에 어떤 특색이 있느냐는 데 있다.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내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나의 신앙 형태가 한국인이라는 기본 틀 안에서 움직인다는 자 인식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그 문화가 기독교 신앙 안에서 어떻게 제자리를 잡아 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부단히 변화하는 특정 문화권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기독교인들의 숙제이다. 우 리는 우리 속에 들어와서 사는 다민족, 또 우리가 찾아가서 섬겨야 할 다민족에게 한민족은 어떤 특징적인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지 솔직하게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복음이 어떻게 오염된 민족의 모습들을 정화시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언약의 천국백성의 모습으로 승.. 더보기
[이진석] 진검 승부는 패션으로 내린다. 2003년의 4월이었다. 개혁을 표방하던 의원이 패션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의원 선서식에 흰색 면 바지, 라운드 셔츠 차림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날 고성과 퇴장으로 국회가 정회 되었다. '튀는' 패션의 그 캐주얼 의원은 기존 국회의원 들이 문화 수용의 폭이 좁고 옹졸하다고 지적했고, 양복정장의 기성의원 들은 문화의 품위와 격이 떨어졌음을 한탄했다. 그 기사를 읽으며, 20년 전 80년도 중반 한국에서 어색했던 장면이 생각났다. 그때만해도, 한국 남자의 양말은 흰색이어야 만 했다. 미국에서 좀 있었던 영향이었을까? 난 그것을 몰랐었던 것이 문제였다. 적어도 나의 상식에는 검은 색 양복에는 짙은 색 양말이 어울리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장례식이 아닌가? 그런데 방안 모든 남자들 옆의 검은 가죽 성경책, 검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