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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신앙/최주희의 사랑이야기

[최주희] 사랑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인간의 사랑 특별히 연인들의 사랑이나 부부의 사랑에 대해 논할 때, 사람들은 사랑의 속성에 대한 잘못된 정의를 내리는 것을 종종 본다. 너무나 당연하게 “사랑은 이런 것이야”라고 정의 내리고 그냥 그 정의를 믿어버린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많은 관계들을 오해나 곤경에 빠지게 하는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사랑은 통제할 수 없는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내 의지로 컨트롤되지 않는 그 어떤 것으로 감정에 바탕을 둔 로맨스라는 것이다. 즉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이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마구 솟아오르는데 나도 그 마음을 어떻게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커 그냥 그 감정을 따라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화나 TV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감정적인 열정으로 사랑에 빠진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사랑의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며 무책임하게 뒤돌아서버린다. 그간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때는 사랑했으나, 지금은 사랑의 감정이 생기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다”라는 답만 돌아올 뿐이다. 심지어 육체적인 관계를 가졌음에도 사랑의 감정이 생기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돌아선다. 이것은 사랑에 대한 잘못된 정의다. 통제할 수 없는 열정이라고 사랑을 정의내리는 것은 자신의 감정적이고 현명하지 않은 처신을 합리화 하는 것으로 책임 없이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부추기는 격이 된다.

하지만 사랑은 통제 가능한 것이고 책임이 따른다. 즉 사랑은 절제와 책임을 포함한다. 절제와 책임이 따르는 사랑은 자신에게나 상대방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으며, 오히려 성숙하고 생산적인 관계를 위한 디딤돌이 된다.

둘째, 사랑하면 서로의 생각이나 감정 심지어 욕구까지 무엇인지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상대방이 내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엉뚱하게 행동하거나, 혹은 내 욕구가 무엇인지 몰라 눈치보고 있다면 우리는 쉽게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리고 화를 낸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한다하여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상대방에게 표현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특별히 여자들의 경우 굳이 말로 그것을 표현해야 하느냐며 스스로 자기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자존심 상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비현실적이고도 잘못된 기대이다. 가정상담 전문가들은 부부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알게 되는데는 대략 27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물론 투명하고 성숙한 의사소통을 하는 부부라면 시간이 좀 더 단축되겠지만,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과 감정까지 알 수 있는 친밀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로 연합하기 위한 노력에 헌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런 노력을 하는데 헌신하겠다는 결단을 포함한다.

셋째, 사랑하면 서로의 생각이 늘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같으면 서로 사랑하는 것이지만 생각이 다르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갈등한다. 그렇지 않다. 사랑해도 생각이 충분히 다를 수 있다. MBTI 성격검사에 의하면 16가지의 성격유형이 나온다. 이는 내 성격은 단지 1/16에 불과하며, 나와 다른 성격의 유형이 15가지나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만약 상대방이 모든 일에 늘 나와 생각이 같기를 기대한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사회부적응이다. 그런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평생 불만족과 불평, 그리고 갈등과 분노 가운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랑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주고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나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당신이 더욱 필요함을 고백하게 된다. 나와 남편은 서로 반대되는 성격이다. 나는 예민한 편이고 남편은 둔한 편이다. 나는 남편 덕분에 안정감과 여유를 배우게 되고 남편은 나로 인해 섬세함과 배려를 배운다. 나는 곱창전골과 돼지족발과 도가니를 좋아하지만 남편은 순 살코기를 좋아한다. 남편은 나에게 “무슨 여자가 술안주 감을 좋아하느냐?” 비난할 수 있고, 나는 “무슨 남자가 음식을 여자처럼 가리냐?”고 불평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닭 한 마리 사면 남는 것이 없다. 나는 닭의 날개와 연골을 먹고 남편은 퍽퍽한 흰살을 먹는다. 매우 경제적이다. 서로의 다름이 복으로 인정되는 순간이 많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사랑은 영원히 지속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사랑은 그렇다. 하지만 인간의 사랑은 결코 그렇지 않다. 한계가 있다. 아무리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고백하였다할지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일관된 사랑의 감정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영원한 사랑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사랑의 능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특권일 뿐이다.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24년의 결혼생활을 뒤돌아보면 큰 갈등이나 다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늘 사랑했던 것은 아니다. 성격이나 관점의 차이로 서로 답답하기도 했고, 사랑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한때 중년 권태기로 무미건조한 시간을 보낸 기억도 있다. 하지만 그때 마다 우리는 사랑의 근원이신 하나님께 엎드려 사랑을 구했고 그분은 풍성한 사랑을 늘 공급해 주셨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사랑이 없을 때 곧바로 영원한 사랑의 공급자 되시는 하나님께 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분으로부터 사랑의 능력을 공급받는다.

사랑에 대한 잘못된 오해는 사랑의 관계를 해친다. 그러므로 사랑 가운데 있거나 사랑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사랑에 대한 정의가 올바른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건강한 것인지 건강하지 않은 것인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름답고 성숙한 사랑의 관계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