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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 기도 이코스타 2002년 12월호 당신께 가기 위해 나의 두 손을 버립니다. 세상을 향해 활짝 벌려 있던 두 손을 거침없이 던져 버립니다. 때론 두 세상을 가늠하기 위해 한 쪽씩 나누어 디디고 있던 나의 두 발도 버렸습니다.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눈과 귀 마저 불 속에 던져 버리고 갑니다. 아직도 나를 아프게 하는 가시가 내 안에 있기에 헛되고 헛된 지식과 의문의 짐들을 내게서 떠나 보내기 위해 머리를 지우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께로 가는 나는 온몸 지워지고 남은 불붙는 심장 하나, 당신의 커다란 마음에 합하여질 작은 조각입니다. 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내 몸은 불살라 던지었고 내 마음은 당신께 사로잡혀 있습니다. 당신의 말씀을 느끼게 하소서. 듣게 하지 마시고 헤아리게 하지 마시고 다만 느끼게 하소서.. 더보기
[이시훈] 편지 이코스타 2002년 9월호 나는 사랑에 빠졌답니다. 그는 나를 위해 창밖 가득 꽃과 나무를 심어 놓았습니다. 나뭇잎이 반짝일 때 마다 그의 웃음을 꽃잎이 흔들릴 때 마다 그의 미소를 떠올립니다. 바람으로 내게 다가와 수많은 이야기들을 속삭이는 그도 사랑에 빠진 것 같습니다. 나를 보기 위해 햇살이 되어버린 그 나를 지키기 위해 별이 되어버린 그.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참으로 오래 기다렸건만 성내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기쁨에 넘쳐 달려온 그의 따스한 품을 기억합니다. 그는 조용히 흐르는 강물입니다. 그의 앞에 앉아 나를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나의 손과 발을, 혀와 눈을 닦습니다. 아무리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얼룩을 그에게 보여주었을 때 그는 하염없는 눈물로 그것을 지워 주었습니다. 나는 사랑에 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