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OSTA 갤러리
느림
World Vision의 사진작가로 지뢰 피해가 심한 내전 중인 캄보디아를 취재할 때입니다.
서로 다른 쪽을 겨냥해 매몰 시켜 놓은 지뢰였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파내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프놈펜에서 앙코르와트로 갈 수 있는 육로가 막혔기 때문에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수로가 있었습니다.
세시간을 전속력으로 달린 보트가 메콩강 상류의 마지막 고비를 넘자 하늘과 물의 경계가 아스라한 호수 퐁네샾에 닿았습니다.
아직까지 보트 안에서의 긴장과는 다른 평안함이 하늘과 물위에 가득합니다.
물새들이 천천히 날았습니다.
해가 기울자 바람이 불고 물결이 일자 무언가 무거운 것으로 지붕을 짓쳐 놓으려 집집마다 배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어른들을 쫓아 올라간 여자아이들은 춤을 추듯 사뿐 사뿐 바람을 맞으며 두 팔을 들어올린 아이들의 겨드랑이 사이로 옷깃이 날릴 때 그 아이들은 눈을 감고 바람을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 기계도 없고 전기도 없이 느리고 작게 살고 있는 퐁네샾 사람들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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