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달의 초점

[김경수] 캠퍼스 유학생 모임 -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이코스타 2001년 4월호

다양한 학문적, 신앙적 배경의 유학생들이 같은 캠퍼스에서 만나 어떠한 모임을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그들이 미국에서 신앙활동에 참여하는 동기나 유형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에 왔으니 미국교회를 배워 보겠다는 생각을 갖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미국교회 멤버가 되거나 미국교회의 인터내셔날 그룹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이 늘어가고 있다. 또 한 예는 미국대학 내에서 활동하는 미국선교단체의 회원이 되어 활동하는 경우인데. 이는 한인교회가 없는 지역의 캠퍼스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주로 IVF(Inter Varsity Christian Fellowship), CCC(Christian Campus Crusade), Navigators, BSU등의 단체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대다수 유학생들은 한인교회에 출석하게 되고, 보다 활동적인 학생의 경우에는 교회 내의 청년대학부나 유학생모임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 전형적인 예라 할 것이다.

그런데 위의 세가지 전형 이외에도 최근에는 캠퍼스 내에서 기독유학생 모임을 갖는 예가 많아지고 있다. 물론 대학원 유학생보다는 학부 유학생과 1.5세 그리고 2세 중심의 모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독교에 갓 입문한 학생이거나 이미 신앙을 갖고 있는 학생이거나 다음 세가지 성격의 공동체에는 소속될 필요가 있다. 즉 영성공동체(Spiritual community), 교제공동체(Fellowship community), 사역공동체(Misnisty comminity)가 그것이다. 우리가 건강한 그리스도인으로 자라기 위해서 튼튼한 영성과 끈끈한 교제, 적절한 사역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캠퍼스 기독유학생 모임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궁극적으로 어떻게 위의 세가지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가를 살펴보자.

논리적인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교제공동체로서 먼저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같은 아파트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는 경우 생활공동체로 시작하는 예도 종종 있다. 구약의 다니엘과 세 친구는 동일한 정체성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생활공동체였다는 점에서 유학생들의 삶과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 캠퍼스에서 기독공동체를 꿈꾸고 있다면 가까운 곳에서 뜻을 같이하는 동료유학생을 찾아서 교제하라. 일정기간 교제를 통해 서로를 알고 모임의 방향을 결정하고 두세 명의 동지를 더 얻는 것이 순서이다.

캠퍼스 모임의 시작은 무엇보다도 기도모임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기독학생운동의 역사는 기도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매일 아침 혹은 격일로 캠퍼스 조용한 곳에서 만나라. 서로의 기도제목을 나눌 뿐 아니라 캠퍼스를 위해서 그리고 조국과 세계선교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바쁜 대학원생들이 개인적으로 소위 Q.T라 불리는 경건의 시간을 갖기 어려운 경우 두세 명이 함께 모여 20분 정도 개인적으로 묵상시간을 가진 다음 20분 정도 깨달은 바와 적용점을 나누고 기도한 후 헤어지는 패턴도 좋을 것이다. 매일 모임을 갖지 못해도 좋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모이라. 이러한 모임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임을 이끌 리더의 필요성이 이 시기부터 생겨나는 것이 보통이다.

기도모임이 발전하게 되면 대개의 경우 성경공부모임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말씀을 스스로 묵상하고 공부하는 훈련을 전혀 받아보지 않은 유학생들이 대부분인 경우 이 단계에서 멈칫거리게 된다. 여기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지역교회 목사님을 초청해서 한 학기 동안 성경강의를 듣고 질의응답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 경우, 예를 들어 창세기, 요한복음, 사도행전, 로마서 등 한 학기 한 권의 책이 좋다. 또 하나의 방법은 타지역 캠퍼스 모임의 리더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주로 리더 세우는 일을 부탁하는 것이 좋다. 궁극적으로는 모임 자체에서 리더가 세워지고 그 안에서 리더의 대물림이 이루어질 때 캠퍼스 모임은 생명력을 갖게 된다. 대체로 캠퍼스 모임의 실패는 리더의 부재에서 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 학기 모임의 횟수는 평균 12-14회 정도이다. 모든 모임에서 성경공부를 하려고 하지 말라. 첫 모임과 마지막 모임은 오리엔테이션과 종강모임으로 특별한 순서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중간고사를 즈음해서는 한 주를 쉬거나 특강순서를 만들라. 기도의 날을 정해서 기도회를 갖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한 주 정도는 소풍을 가거나, 멤버의 집을 방문해서 교제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캠퍼스 기독유학생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일반적인 목표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각 멤버들이 성숙한 기독지성인으로 자라가도록 돕는다.
  • 각 멤버들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은사를 깨닫고 개발하도록 돕는다.
  • 모임의 자발성과 독창성을 유지하기 위해 힘쓴다.

또한 지역교회와의 건전한 관계를 설정하라. T대학 캠퍼스에서 몇 년 전 캠퍼스모임이 활발하게 일어나서 100여명까지 모인 적이 있었다. 그러자 해당지역교회들이 각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교회 내에 별도의 모임을 따로 만들거나 청년부 담당교역자를 캠퍼스모임에 보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캠퍼스 모임이 순식간에 와해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지역교회와 캠퍼스 모임은 그 역할과 사명이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지역교회가 그 지역의 캠퍼스 모임을 품고 기도하고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나 교회가 캠퍼스 모임이 되고자 한다면 그것은 그 역할을 넘어서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내에서도 한 때 대형교회가 캠퍼스 모임을 활발하게 주도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해 캠퍼스에서 철수하여 교회 자체의 청년대학부 모임에 충실하게 되는 것을 보았다. 이처럼 캠퍼스 기독학생모임은 그 특수성과 자발성 때문에 대학이 생긴 이래 지금까지 그 독특한 생명력을 지속해 오고 있는 것이다.

캠퍼스 모임의 전형적인 진행순서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동일한 목적의 유학생들과 만남

캠퍼스에서 기도모임을 시작

모임의 리더를 세움(지역교회 목회자 혹은 타대학 리더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

정기적인 성경공부 시작(학기별로)

모임의 지속적인 성장(리더의 훈련이 필요한 시기)

최소한 20명까지 모임이 성장하다 보면 이제 사역공동체로서의 전환이 요구된다. 다니엘과 세친구의 공동체를 살펴보면, 그들은 때때로 신앙의 절개를 지키기 위해 바벨론사회에서 영적전쟁 공동체의 역할을 수행했다(3장의 풀무불사건, 6장의 사자굴사건). 즉, 선교공동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의 캠퍼스 모임도 그 역할에 있어서 많은 활동들이 기대된다. 우선적으로 아직 복음을 알지 못하는 유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최우선되어야 할 것이고, 캠퍼스의 상황에 따라 한인유학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모슬렘이나 제3세계 국가에서 온 유학생에게 복음을 전하는 활동도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캠퍼스모임의 '선교사역공동체'로서의 역할이 '교제'나 '영성공동체'로서의 역할보다 커지는 단계에서 어려움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교제나 영성의 뒷받침없이 사역공동체로의 역할이 강조될 때 모임이 갖고 있는 에너지가 일찍 소모되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는 마지막 단계이지만 선교사역공동체로서의 역할이야말로 캠퍼스공동체가 존재하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캠퍼스 모임은 유학생들을 전도하고, 지역교회로 멤버들을 보내고 지역교회가 그들을 제자훈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역할분담이다. 그러나 유학생활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캠퍼스모임이 선교공동체로서의 역할만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는 "캠퍼스에서 기독유학생 모임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을 유학생이라는 공동체의 성격에 따라 그 진행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한국사회가 어려울 때마다 유학생, 특별히 기독유학생들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을 찾아 볼 수 있다. 그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일본에서는 1925년 여섯명의 유학생들이 "조선성서연구회"를 결성한다. 그들은 귀국 후 성서조선 운동을 통해 민족을 섬겼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한국 젊은이들의 손에 성경책이 들려질 때 민족의 장래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 유학생 캠퍼스모임은 성경중심적이고, 한국적이며, 학생중심적이어야 한다. 캠퍼스 현장에서 복음의 씨 뿌리는 일을 통해 한국사회를 새롭게 하는 꿈을 꾸는 유학생들이 캠퍼스 곳곳에서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성서조선아 너는 우선 이스라엘의 집으로 가라. 소위 기성신자의 손을 거치지 말라, 그리스도보다 외국인을 예배하고 성서보다 회당을 중시하는 자의 집에서는 그 발의 먼지를 털어라. 우리가 그를 위해 하려는 일이 무엇인가? 성서연구다. 여호와를 아는 지식 백두산부터 한라산까지 가득차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부활, 재림의 신앙으로 조선사람의 마음을 잡게 함이다" <성서조선 창간사(1927)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