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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점

[장평훈] 삶을 변화시키는 그룹 성경공부

이코스타 2001년 5월호

삶을 변화시키는 그룹 성경공부

1. 여는 말

최상의 기쁨과 보람 --- 우리가 믿는 기독교는 그것을 약속하고 있다. 누군가 구체적인 사례를 원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룹 성경 공부(GBS)를 들고 싶다. 영광스런 말씀 앞에 '겸손하게 무릎 꿇는 이'마다 그 영혼을 채우는 주님의 임재를 체험하기 때문이다. 그 말씀 앞에 '함께' 설 때, 참 교제의 순수함과 기쁨을 맛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다 함께 달려 갈 푯대도 그 곳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가 GBS를 인도하기 시작하게 된 때는 1981년 봄이었다.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으니까 만 20년이 되는 셈이다. 그 동안 적지 않은 시행 착오와 실수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의 부족함을 넘치게 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꾸준한 열매와 풍성함을 체험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가 경험하고 깨달은 것들로 형제자매들이 더 많은 열매와 풍성함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 바람직한 그룹 성경공부는 어떤 것인가?

MIT의 Gate Bible Study가 첫 모임을 가지던 저녁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성경 공부 인도를 부탁 받고 밤 잠을 설쳐 가며 열심히 준비했다. 깨알 같이 적혀진 내용을 나누는데, 인도하는 방법을 잘 모르니 설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자그마치 90여 분 계속된 설교로 멤버들의 온 몸을 뒤틀게 만들었던 사건은 지금도 악몽 같이 생생하다. '돌아가며 말하기'의 중요성을 절감한 나머지, 그 뒤부터 문답식 교재를 채택하게 된다. 그러나 이 번에는 답 맞추기 contest 같은 분위기를 자아 낸다. 경건 서적, 주석으로 보강된 지식을 견주고 뽐내는 자리였다. 때로는 사회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거의 방담 수준의 공부를 한 적도 있었다. 한 때지만, 멤버들의 불화와 갈등으로 긴장되고 냉냉했던 적도 있었다. 이런 와 중에서 자리를 뜨신 분은 성령님이셨으며, 옆으로 밀린 것은 성경 본문이었고, 뒷 전으로 처진 것은 속을 턴 나눔과 치유였다.

그 뒤에, 여러 다른 GBS들을 보면서 우리의 실수와 착오가 우리 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삶을 파고 드는 수준의 GBS가 너무나 소수인 것을 발견하였다. 약점 많던 Gate Bible Study가 오히려 돋 보일 정도였다. 그러면 GBS는 고학력자들의 지적 유희를 위한 모임인가? 아니면, 힘 깨나 있는 사람들이 옷 로비나 하는 고상한 사교장인가? '어떻게 하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GBS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모두의 질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바람직한 GBS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GBS가 바람직한 GBS인지' 분명하고 확실히 해야 겠다. 앞에서 말한 것을 바탕으로 세 가지를 열거한다.

첫째, 바람직한 GBS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함께 붙들고 그 분의 말씀에 조건 없이 순종하려는 자세가 확실한 모임이다. 소위 영성에 관한 것이다. 여러분이 어떤 GBS에 갔더니 조용한 가운데도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면, 그 GBS가 바로 이런 모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둘째는, 바람직한 GBS는 성경 본문이 말하는 것에 대해 성실하게 귀 기울이는 모임이다. 끈기와 집념을 가지고 본문을 파고 드는 모임이다. '성경에 관한 의견'이 아니라, '성경이 말하는 것'을 알고자 하는 것을 뜻한다. 물론 문맥 안에서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아마 책 별 성경 공부가 주제 별 성경 공부보다 유리한 것이 이런 면일 것이다. 반대 편 방향은, 본문과는 별로 관계 없는(신앙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부분을 다루거나, 심하면 세상적인 이야기로 일관하는 경우가 된다.

셋째, 바람직한 GBS는 인도자가 설교하기 보다, 모두가 마음을 열고 자신을 드러 낼 수 있는 모임이다. 본문의 관찰과 해석에 관해서 뿐 아니라, 삶에의 적용에 관해서 너도 나도 편하게 참여하는 모임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가르치고 배우며 사역하는 모임이다. 전혀 엉뚱한 질문이나 의견도 마음 놓고 내어 놓을 수 있고, 이성을 보고 흑심을 품었던 실수도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 모임이다. 이런 모임에서 우리는 진정한 코이노니아와 영적인 치유를 체험하게된다.

3. 바람직한 그룹 성경공부는 어떻게 이룰 것인가?

위의 세 가지를 갖춘 바람직한 GBS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원들 모두의 합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차적인 책임은 지도자에게 있게 된다. 왜냐면 조원의 합심과 노력마저도 지도자의 리더십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지도자에게 두 가지 면이 요구되는데, 첫째는 내적인 자세이고 둘째는 기술적인 준비이다. 각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내면적인 자세

바람직한 GBS를 이루고 싶어할 때, 흔히들 기술적인 면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참으로 중요한 것은 내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내적인 자세는, 이른바 영적 지도력(spiritual leadership)에 관한 많은 책들에서 취급된다. 여기서는 'GBS 인도자로서' 중요한 세 가지를 들겠다.

첫째는 인도자이기 이전에 하나님의 자녀로서 그분 앞에 정직하게 서고자 하는 자세이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제 멋대로 살다가, 자동차의 기어를 바꾸듯이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이 인도자의 위치다. 하나님과 일 주일을 어떻게 보냈는 지가 속 사람을 결정하고, 속 사람의 강함이 메시지의 무게를 결정한다. 평소의 QT 없는 GBS 인도는 만용에 가깝다. 그 주의 공부할 내용을 미리 실천하고, GBS에 와서 체험담을 나눈다면 얼마나 생생한 공부가 되겠는가?

둘째는 '섬기는 leadership'에 충실한 자세다. 주위에서 듣기에는 흔하지만 보기에는 힘든 것이 '섬김의 자세'다. 그러나 섬김 없는 영적인 영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섬김은 기도로, 시간, 노력, 물질로 나타난다. 때로는 자존심의 포기로 나타난다. 예컨대, 한 주 한 번의 중보 기도 없이 조원들이 성장하기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중보 기도 하려면 그들의 필요를 알아야 하는데, 당연히 전화하고 만나는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사랑을 말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조원에게 물질을 아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도자의 섬김이 있을 때 GBS는 참된 영성을 갖추게 된다.

셋째는 자신의 약함을 숨기지 않는 자세다. 리더에 대한 허상을 버리고 조원들이 예수님만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직함과 순결함의 발로다. 그래서 자존심의 포기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리더가 열지(open) 않으면 조원들도 열기 힘들다. 주인이 윗도리를 벗어야 손님들이 편하게 벗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리더가 이 세 가지 자세를 가질 때, 그 자세는 조원들에게 전파되어 GBS의 성격과 분위기를 결정하고, GBS의 주된 활동 (성경 공부, 예배, 교제, 전도)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영광의 보좌 앞에 다 함께 둘러 앉아 가식 없이 주님을 즐기고 나누는 것이 가능해진다.

기술적인 준비

바람직한 GBS를 이루기 위해서, 내면적인 자세와 함께 적절한 기술적 준비가 필요하다. 기술적인 준비는 대체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성경 본문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이고, 또 하나는 그것을 '질문으로 바꾸어 대화로 이끄는 능력'이다. GBS의 깊이가 인도자의 본문 이해 수준에 달린 것을 고려하면 전자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본문을 잘 이해하고 적용하더라도, 후자가 없으면 일방적인 설교로 끝나기 십상이다. 이 두 가지를 각각 어떻게 갖출 수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본문의 이해는 그 문맥 안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주제(main ideas)를 찾아서 그 의미를 분명히 하면 된다. 이 간단한 것이 그렇게 힘든 까닭은 무엇일까? 본문이 심오해서 힘든 것도 있지만, 그 보다 번역(특히 개역 성경)이 난해하고 독해력이 빈약해서 힘든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 그간의 관찰과 경험이다. 현대어로 씌어진 번역을 택하기 바라고, 영어가 편하면 NIV 등을 권하고 싶다. 독해력은 주어진 본문 전체를 의미 있는 단락으로 나누어 요약하고, 각 단락의 주제들(main ideas)을 찾아서 그 의미를 분명히 하여 메시지를 붙잡는 능력이다. 지면상 자세한 방법을 소개하기보다는, M.J. Adler와 C.V. Doren의 'How to Read a Book'을 추천한다. 본문이 이해되면, 먼저 주제들(main ideas)을 중심으로 적용한다. 자신을 본문의 거울에 비추어 보고, 잘못하는 것은 회개와 함께 원인을 분석하고, 순종의 결단과 함께 실천의 방법을 찾고 기도로 구한다.

둘째로, 본문을 이해하고 적용한 것을 토대로 질문을 준비한다. 잘 준비된 질문은 조원들을 본문 앞에 서게 하고, 스스로 이해하고 적용하게 돕는다. 좋은 질문은 활발한 대화를 가져온다. 초점이 잘 맞춰진 대화는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선사할 뿐 아니라, 조원들의 체험을 모아서 각자가 공유하게 만든다.

어떻게 이런 질문을 만드는가? 간단히 말하면, 인도자 자신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을 다듬어서 만든다. 즉, 주제를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질문과 적용으로 유도하는 질문을 만들면 된다. 이미 있는 교재를 선택해서, 그 그룹의 상황에 맞도록 수정하여 활용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이 경우 교재를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한데, 그 안목은 질문 만드는 방법을 이해할 때 얻어진다. 교재를 제대로 수정하는 것도 질문 만드는 방법을 알 때 가능하다. 질문 만드는 방법이 잘 소개된 소책자로서 IVP에서 발간된 '효과적인 성경 공부'와 'Leading Bible Discussions'를 권한다.

대화를 이끌 때, 한 조원의 대답에 다른 조원의 의견을 물으면서, 조원들 사이의 대화를 활성화시킨다. 인도자는 교통을 정리하는 중재자(moderator)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원의 대답이 좀 부족하다 싶어도, 좋은 면을 찾아주는 자세를 가질 때, 조원들도 본 받게 되고 서로가 편하게 자기 의견을 내놓게 된다.

4. 맺는 말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것이 바람직한 GBS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이루는지 살펴 봤다. 지면의 제약도 있지만, 우리가 직접 경험하며 그 열매가 뚜렷했던 것 위주로 정리하였다. 바람직한 GBS를 이루는 내면적인 자세와 기술적인 준비는 인도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인도자의 일차적인 책임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인도자가 지칠 때, 힘이 되어주는 것은 헌신된 조원들이다. 더구나 조원들이 인도자와 함께 내적인 자세를 갖추고 기술적인 면까지 이해할 때, 그 GBS에 끼치는 영향은 자명하다. 바람직한 GBS를 이루는 데 있어 조원들이 기여할 몫이다. 소위 함께 공유하는 지도력(shared leadership)이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GBS 인도자로서 누린 영적 축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중에 몇 가지만 소개한다. 인도자의 내면적인 자세 -- 하나님과 사람을 진실 되게 섬기는 자세 --는 인도자가 아니면 필요 없는 자세인가? 물론 아니다. 어차피 그렇게 살아야할 것이다. 인도자인 만큼 더 마음을 가다듬고 살아온 것, 놀라운 축복이다. 또, GBS를 통해서 사람들이 변화되는 것, 우리에게는 보상이며 기쁨이었다. 변화될 것 같지 않던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영광을 목격하는 것, 최상의 특권이었다. 오늘도 인도자로 수고하는 손길들을 위로하시고 축복하셔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모임들이 곳곳에 생겨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