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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공동체/성경공부 커리큘럼

[조한상]왕.암.호-크게 보기

소그룹으로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각 모임들이 어떤 형식으로 공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크게 두 부류가 있지 않나 싶다. 첫째, 조직 교회나 선교 단체에 소속된 모임의 경우, 리더에 의해 선택된 특정 교재를 사용하거나, 목회자가 만든 문제를 사용하는 경우이다. 둘째, 비교적 독립성이 보장된 소그룹의 경우, 성경 통독을 하거나, 많은 경우 귀납법적 성경공부 방식을 따라, 성경 본문을 1장 이내로 자세히 공부하곤 한다. 이전에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필자도 귀납법적 성경공부를 선호하고, 또 현재 속한 소그룹에서도 이 방법을 따라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성경공부를 처음 해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성경을 좀 크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것과, 그것도 말씀 자체를 통해 배경과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큰 그림을 보는 공부방법은, 후에 자세한 성경공부를 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아직 성경공부의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된 소그룹 성경공부 모임에, ‘큰 그림 성경공부’ 방법의 하나로 ‘왕.암.호’를 소개하려고 한다.

1. 도입
막 성경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은 구약의 역사서들이 비교적 읽기에는 용이한 반면, 때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막막할 때가 있다. 또한 구약 후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언서들이 그 구약의 역사와 연관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만일 한 소그룹에서 역사서를 매주 1장씩 귀납법적 방법을 통해 진행한다면, 너무 장기로 진행된다는 점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더욱이, 그런 방법으로 공부하다 보면, 비슷한 내용인 두 역사서인 열왕기서와 역대기서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와 같은 큰 흐름을 놓치기 쉽다. 그러므로 때로는 역사서와 선지서를 묶어서 단기에 큰 그림을 그려보는 공부도 도움이 된다.

2. 계획
모든 성경공부에는 목표가 분명해야 하듯이, ‘왕.암.호’ 공부의 목표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 역사 설화를 보는 법을 배운다. 역사서들은 주로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특정 사람의 특정 행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예를 들어, 솔로몬도 부인이 많았으므로 지금도 일부다처가 유효하더던지, 혹은 다윗이 군대 계수를 하지 않았으므로, 지금도 비지니스에서 재고를 정리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던지 하는 해석들 말이다. 구약의 설화를 읽고 해석할 때에는, 고든 D. 피가 ‘어떻게 성경을 읽을 것인가’에서 설명하는데로, 그 이야기 뒤에서 일하시는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어야만 한다. 또한 송인규 목사가 ‘성경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서 언급했듯이, 구속사적인 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 다시 말해, 이미 신약에서 예수님을 통해 성취된 하나님의 구원 사역의 관점에서, 구약을 구속사 속에서의 모형으로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솔로몬에게 주신 ‘부와 지혜의 복’은, 신약에서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한 ‘기쁨과 평안의 복’의 그림자임이 드러났다. 그러므로 구약에서 하나님이 물질로 백성을 축복하셨으므로, 우리도 그 물질적인 복을 받아야만 한다는 해석은 구속사적 흐름을 놓친 자의적인 해석이라 하겠다. (신약에서 하나님의 복을 맘껏 누린 사람들 중에, 단 한명도 물질적 풍요함을 누린 사람은 없다.)

두번째, ‘왕.암.호’ 성경공부를 통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열왕기서의 관점인 ‘신명사관’과 역대기서의 관점인 ‘역대사관’의 차이점이다. 지면 관계상, 자세히 살펴볼 수는 없지만, 두 사관을 간략히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구약 대부분 역사서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 열왕기)의 관점인 ‘신명사관’은, ‘하나님께 순종하면 복을 받을 것이요, 거역하면 심판이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포로 생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이, 유대민족의 불순종으로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회개하고 순종하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열왕기서에는 다윗이나 솔로몬을 비롯한 왕들의 죄악상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반면, 역대사관은 실의에 빠져 있는 백성들에게 힘을 주고, 예루살렘 재건을 독려할 것을 목적으로, 유대의 정통성과 선민의식을 강조한다. 그래서 역대기서에는 다윗이나 솔로몬의 죄악상이 빠져있고, 유다의 정통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북이스라엘 왕들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관점을 염두에 두고 공부를 진행함으로써, 각 사관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한다.

세번째, 열왕기서를 공부한 이후에, ‘정의의 선지자’라 불리는 아모스와 ‘사랑의 선지자’라고 불리우는 호세아를 공부함으로써, 예언서가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쓰여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아모스와 호세아는 소선지서 중에서 분량이 적지 않지만, 각각 특성이 분명하고, 또한 북이스라엘을 향해 쓰여진 유일한 선지서이기에 열왕기서와 함께 다루기에는 더없이 좋다.

3. 계획
성경공부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를 명확히 알려주는 것은, 새로 성경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목표를 준다는 면에서 도움이 된다. ‘왕.암.호’ 공부는 약 15주 정도로 진행하면 적당하다. 첫 주는, ‘창세기부터 사무엘하까지의 역사’와 ‘신명 사관과 역대 사관의 비교’를 구성원 중 두 명이 각각 미리 조사해 오도록 하고, 열왕기상 1 2장의 내용을 노트에 정리해 오도록 한다. 시간이 허락하면 ‘어떻게 성경을 읽을 것인가’의 5장 ‘구약의 설화들’을 요약하도록 하면 더욱 도움이 된다. 둘째 주부터는, 약 5장씩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그러면 왕상 5회, 왕하 5회, 암 2회, 호 3회로 마칠 수 있다.

4. 진행방법
매 주 다섯장씩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본문을 반드시 미리 읽고 요약해 오겠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트나 컴퓨터를 사용하여, 각 장의 내용을 요약 정리해서 가지고 오도록 한다. 각 모임의 초반은 각 사람이 미리 해온 내용 요약을 무작위로 발표하면서, 본문의 이야기를 정리하도록 한다. 또한, 공부 진행을 원만히 하기 위해, 리더가 함께 생각할 문제를 미리 나누어 주는 것이 좋다. 문제를 만들 때에는 앞에서 언급한 ‘왕.암.호’ 공부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각 인물과 사건의 뒤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에게 집중하도록 하고, 역대기서를 함께 읽음으로서 각 사관의 차이도 놓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또한 구약의 설화들을 통해 구체적인 적용을 하되, 이야기 자체에 몰입하기 보다는 구속사적인 흐름을 놓치지 말고 적용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그를 위해 문제지와 함께 본문을 표준새번역이나 NIV등의 현대어로 된 해석으로 나누어 주되, 연관된 역대기서 본문도 함께 나누어 주면 좋겠다.

5. 평가
‘왕.암.호’와 같은 큰그림 성경공부를 통해서는 자세한 신학적인 내용이나 의미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공부가 끝날 때 구성원들이 처음에 목표한 세가지, 즉 ‘신명사관과 역대사관의 차이’를 알게 되었는지, 아모스와 호세아가 어떤 배경에서 쓰여졌는지를 파악했는지, 또 구약의 이야기를 통해 그 뒤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는지를 평가해야만 한다. 그래서, 역사의 주인이시며 지금도 우리 삶의 주권자되시는 하나님을 더 알게 되고, 그 앞에 내 의지와 욕심을 얼마나 내려놓으려고 애썼는지를 서로 점검해 주어야만 한다.

6. 참고도서

-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고든 D 피, 성서유니온: 이 책의 10장 선지서에 관한 내용을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을 준다.
-   ‘이스라엘 역사’, 레온 우드, 기독교문서선교회: 기타 다른 구약역사 책도 무방하다
-   ‘IVP 성경배경주석 – 구약’, 왈턴 매튜스, IVP: 본문과 관련해서 당시 상황적인 특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   ‘책별로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고든 D 피, 성서유니온: 각 책별 특징과 주의 할 점을 간략히 집어준다.
-   ‘챠트 구약’, 존 H 월턴, 기독교문서선교회: 구약의 왕들의 특징과 전쟁들의 전개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각종 도표들을 제공한다.
-   ‘성경사전’, ‘신학사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