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광
youngkwang.chae@gmail.com
의료 선교사 되기
이제 ‘크리스천 의료인’으로 사고하기를 거부하자. 당당히 ‘의료 선교사’가 되자. 의료를 평생 선교지로 삼고 ‘사명 의식(Mission mind)’으로 살아가는 ‘의료 선교사’가 되자. 엄밀한 의미로 우리가 매일 만나는 환자는 우리의 ‘땅끝’이다. 사도행전 1장 8절의 말씀에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내 증인이 되리라고 하셨다. 예루살렘이 우리의 가족이고 유대가 우리의 친척과 친지라면 사마리아는 한 때 우리의 일부였던 우리의 원수이다. 하지만 땅끝은 정말 땅끝이다. 우리와 아무 관련이 없는 곳이 땅끝이다. 가지 않으면 평생 모르고 죽을 곳이 땅끝이다. 우리의 의료 현장에서 우리가 현장에 나아가지 않으면 평생 우리와 아무 상관 없을 사람들이 우리의 환자들이며 보호자들이다. 그런 의미에 우리의선교지, 의료 현장은 분명 우리의 땅끝이다. 당당히 스스로 ‘의료 선교사’임을 선포하자. 그리고 그 직함에 걸맞게 치열하게 살아가자. 그러한 삶의 실천적 지침으로서 아래의 세 가지를 제안한다.
복음과 회개 (Christ-centeredness)
진정한 의료선교사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우리는 우리의 교만을 회개해야 한다. 환자보다 보호자보다 의학적으로 우월하다는 지적 교만, 공포와 근심에 사로잡힌 환자나 보호자와는 다르다는 감정적 교만을 회개해야 한다. 내가 주님의 은혜의 혈관이어야 하는데, 나 스스로 주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다분히 시혜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지 않은지, 환자와 보호자의 모든 칭찬과 칭송을 스스로 다 받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C.S. Lewis는 그 책 ‘순전한 기독교’에서 교만이야 말로 고린도전서13장에 나오는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줄 수 있는 어떠한 선행도 가능케 하는 가장 큰 죄악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돌아온 탕자가 되어야지, 탕자의 형이 되어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우리의 분노를 회개해야 한다. 의료 현장에서 사실 화가 나지 않을 상황을 찾기가 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의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분노는 사단에게 멋지게 이용 당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깨고, 동료 의료진 사이에 두터운 불신의 벽을 쌓는데 이용당한다. 우리는 일곱 번씩 일곱 번,즉 49번 용서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분노를 회개하고 긍휼히 여김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우리의 마음에 분노가 있을 때, 주님은 우리의 예배를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깨끗한 그릇만이 주님의 축복을 담을 수 있고, 깨끗한 혈관만이 주님의 은혜를 흘려 보낼 수 있음을 기억하자.
마지막으로 우리의 自己愛를 회개해야 한다. 의료인들은 많은 시간을 자기 경력을 쌓고 관리하는데 투자했다. 엄청난 시간과 돈을 학업에 투자해 오늘날 자신의 이력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일정 수준의 전문인이 된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하나님의 손길로 인도함을 받은 ‘神手成家’가 아닌 스스로 모든 것을 이룩한 ‘自手成家’형 인간이 된다. 후자는 하나님보다 자기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 혹 남이 나를 조금이라도 무시하면, 이처럼 대단한 내가 무시당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다. 혹 내가 실패하게 되면, 이만큼 이룩한 것이 아까워서 깊은 우울의 늪에 빠진다. 이 모든 과정에 처음부터 주님이 없었다. 예수님 한 분으로 만족하는 삶이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내가 내 삶의 모든 초점이 되면 우리 주님이 거하실 곳이 없다. I-centeredness에서 Christ-centeredness로 변화되어야 한다. 우리는 자문해보아야 한다. “Is it all about me?” 우리 삶의 초점이 ‘내’가 의료진으로서 얼마나 고생했고, ‘내’가 환자나 병원으로부터 얼마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내’가 의료진으로 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는지에서, ‘하나님’이 아무 것도 아닌 내 삶에 정말 얼마나 많은 것들을 공급해주셨고’, ‘하나님’이 나에게 얼마나 멋진 새 소망을 품게 해주셨으며,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지금 이 자리에서 버리지 아니하시고 사용하고 계시는지’로 옮겨져야 한다.
自己愛, 자기연민에 대한 회개가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 내 죄 때문에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을 우리 삶에 회복해야 한다. 결국 복음이 해답인 것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니고 예수님이 주인되면, 난 더 이상 아파할 수 없다. 시체는 아플 수 없다. 성경이 분명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라고, 난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다고 말한다.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고 갈라디아서2장 20절에서 선포하고 있다.
기도와 섬김 (Servantship)
진정한 의료선교사이기위해 우리는 복음에 빚진 주의 종(servant)으로서 기도와 섬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기도가 중요한 이유는 기도할 때 하나님이 일하시기 때문이다. 기도할 때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하는 모든 격려의 말이 하나님 앞에 기도가 되게 하자. 미국에서는 문화적으로 아직까지 ‘God bless you’라는 말이 종종 쓰인다. 나는 환자를 진료하고 나서 마지막 인사로 항상 ‘God bless you’라고 말한다. 이 말을 할 때마다, 다니엘처럼 정말로 잠깐이지만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다. 주께서 정말로 이 환자분을 축복해주시라고. 대부분의 환자는 이 축복의 말을 들으면 나에게 ‘God bless you, too’라고 화답해준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 그것도 가장 몸이 아픈 소수의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은 축복을 받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또 하나 내가 쓰는 말은 ‘I will pray for you’ 또는 ‘I will remember you in my prayers’, 즉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말이다. 사실 종교를 떠나 이 말을 싫어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실제로 진료실을, 병실을 나설 때마다 나는 기도한다. 주께서 환자 분의 힘이 되어 달라고. 만약 환자가 정말 힘들어 할 때는 기도해주어도 괜찮을까요하고 물은 후 괜찮다고 하면 환자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도 중 내가 눈물이 나서 당황했던 적도 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같이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고, 감사하게도 예수님 영접기도까지 같이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의료인으로서의 섬김에는 최선의 진료, 돌봄을 제공하는 것 외에 환자의 손을 잡아주고, 경청해주고, 함께 울고 웃어주는 것, 그리고 좋은 책이나 음악을 선물해주는 것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퇴원 후에도 전화해주고 지속적으로 격려해주는 것도 훌륭한 섬김의 방법이다. 사실 그 날 그 날 업무를 처리하는 것만 해도 하루가 고되다. 하지만 잊지 말자. 우리 주님은 우리 의료선교사들의 이 모든 수고가 헛되지 않다고 말씀하신다. 고린도전서 15장 58절 말씀이다.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을 앎이라."
故 안수현 선생님은 그를 추모하여 나온, ‘그 청년 바보의사’라는 책에서 진정한 의료선교사의 삶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계신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필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안수현 선생님은 안목 있는 책과 음악 선물을 통해 많은 환자와 보호자, 동료 의료인들의 인생에 필요한 복음적인 메시지들을 전하셨는데, 다음은 그의 책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죽음과 싸우고 있던 백혈병환자에게 창세기 강해설교 5권인 ‘죽음의 한계를 넘어선 신앙’을 선물했다. 책을 전하면서 그 환자에게 말했다. “선생님의 병을 낫게 하실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제가 기도하는 것은 병이 낫는 것보다 선생님이 주어진 곡을 최선을 다해 연주하고 나서, 성도들과 천사들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가는 것입니다.” 그 환자는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금까지 강건하게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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