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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이시훈] 백설공주 이야기 2 이코스타 2002년 6/7월호 백설 공주의 왕실에서의 삶은 어쩌면 무척 외롭고 고립된 생활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곁에는 늘 자상한 유모가 있고 작은 일 조차도 다 거들어 주는 시종들이 있었겠지요.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움과 총명함을 칭송하는 많은 사람들의 호의가 있었겠지요. 그러나 그녀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아버지의 다정함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득했을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무엇보다 그녀와 새 왕비를 비교하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새엄마의 광기 어린 질투심은 어린 공주의 마음에 커다란 가시로 자리하고 있었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그 누구보다 고립되어 있고, 마음 한편에 언제나 깊은 그늘이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모든 환경이 열악하기만 숲 속에서의 생활이 처음부터 순조.. 더보기
[이시훈] 고백 이코스타 2002년 5월호 " 향나무처럼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제 몸을 찍어넘기는 도끼날에 향을 흠뻑 묻혀주는 향나무처럼 그렇게 막무가내로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 최 문자 "고백" 한 시인의 아름다운 고백입니다. 자신을 상처 입히고 괴롭히는 사람에게 오히려 자신의 향기를 남겨 주고 싶은 소망. 그러나 그렇게까지 아름답지 못한 자신의 한계를 반성하는 일은 원망하고 비난하는 일보다 몇 배나 더 힘든 일 같습니다. 흔히 말하듯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공식이 만연한 시대에 우린 살고 있습니다. 자존심이 긁히는 일은 도저히 참을 수 없고, 손해 보는 일도 절대 용납 할 수 없는 것이 현명한 사람의 자세로까지 비춰지기도 합니다. 친절함, 배려하는 마음, 양보하는 마음이 미덕으로 인정받기보다는 조금 .. 더보기
[이시훈] 친구를 위하여 이코스타 2002년 4월호 드라큐라 백작은 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좁고 어두운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수 백년 동안의 고독과 처절하게 싸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사랑을 그리워했습니다. 사랑하고자 하는 열망과 사랑 받고 싶은 갈망에 피가 타는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사랑에 대한 격렬한 갈증은 그에게 참을 수 없는 굶주림이었습니다. 그의 사랑의 방식은 사랑하는 사람과 완전한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 같아지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가 선택한 사람은 피의 공유와 더불어 동류의 흡혈귀로 바뀌게 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변화 시켜가며 존재의 동일성을 획득하는 것이 그의 사랑의 길인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나르시스의 기질을 갖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것은 지극히 솔직한 본능의.. 더보기
[이시훈] 향기 이코스타 2002년 2월호 독일의 작가 파트린느 쥐스킨스의 '향수'라는 작품을 읽고 나면, 괴기할 정도의 광기를 느끼면서 동시에 강렬한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중세 시대가 배경인 이 소설의 주인공의 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매혹적인 향수를 만드는 것입니다. 비천하고 사랑 받지 못하는 추한 자신을 볼 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혐오에 빠지며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결한 존재들의 미덕을 열망하게 됩니다. 결국 가장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고결한 소녀들을 25명이나 살인하여 그들의 머리카락에서 얻어낸 체액으로 향수를 제조한다는 엽기적인 내용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 악마적인 발상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 매력을 느끼고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은 인간이 얻고자하는 최상의 선과 미는 인간을 통해 얻어진다는 작가의.. 더보기
[이시훈] 패자(敗者)들의 종교 이코스타 2002년 1월호 지난 봄 초 신문에 실렸던 기사를 떠올리며, 오늘날 기독교가 받는 도전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언론계의 빅 스타 부부라고 불리던 테드 터너와 제인 폰다의 이혼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세계적인 뉴스 전문방송사의 사장과 은막계의 대모와의 결혼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었고,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던 그들의 결혼생활은 환상적인 커플로서 찬사와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그런 그들이 10년 만에 돌아서는데는 많은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저의 눈길을 끈 대목은 터너 사장이 부인 제인과의 이혼 사유 중 종교적인 갈등도 한 요인이었다고 고백한 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의 아내와 같이 강하고 힘있는 여인이 패자들의 종교에 빠져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자신이 크.. 더보기
[이시훈] 백설 공주 이야기 1 이코스타 2001년 12월호 백설 공주의 계모인 왕비는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었음에 틀림 없습니다. 아내를 잃은 왕이 마음을 빼앗길 정도로 아름다워서 주변의 이목이나 만류를 물리치고 맞아들인 여인이었을 겁니다. 처음 그녀가 왕실에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혹되기도 하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전(前) 왕비의 기품 있는 모습과 온화한 인품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공주를 돌보기보다는 자신에게 모든 관심과 시간을 쏟고 있는 왕비에 대해서, 그녀에게 온통 빠져있는 왕의 지나친 사랑에 대해서 사람들은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떠도는 계모에 대한 온갖 속설과 선입견들, 나쁜 계모들에 대한 무수한 사례들이 다.. 더보기
[이시훈]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이코스타 2001년 11월호 소설가 서영은씨의 초기 작품 중에 한 여인의 감정에 대한 묘사가 뛰어난 단편 소설이 있습니다. 제목은 잊었지만 내용이나 서술이 기억에 남는 그런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별로 자신감이 없는 수수한 여인, 다른 이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며, 스스로를 가꾸지도 않는 한 여인이었습니다. 그 여인이 어느날 사랑에 빠집니다. 축복 받을 수 없는 형태의 사랑이었지만,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힘겹고 지고지순하게, 어쩌면 목숨을 건듯이 처절하게 그 사랑을 지켜 나갑니다. 자기를 이용만 하려 하는 남자에게 그토록 성실하게, 사회적 지탄도 외면하며 사랑에 매달립니다. 중요한 것은 그 여자의 변화입니다. 평소처럼 부스스한 차림으로 시장에 가려던 그녀는 아, 우연히 그를 마주치면, 하는 생각에 다시.. 더보기
[최원영] 미래를 창조하는 씨앗 살며 생각하며 미래를 창조하는 씨앗 야베스의 기도(Prayer of Jabez) 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지난 해부터 미국의 기독교 서점 베스트셀러로 올라선 뒤, 올해에는 USA Today나 Wall Street Journal과 같은 일반 매체의 베스트셀러가 되더니만,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이미 한국 기독 서점의 No.1 베스트셀러(7월 28일 현재 kbook.com No.1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Bruce Willkinson은 그가 신학교 시절, 교목인 Richard Seume 박사의 설교를 통해 역대상에 등장하는 야베스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이 '야베스의 기도'를 시작하게 된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야베스의 기도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