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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신앙

[최주희] '사랑의 사람'을 찾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사랑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사람마다 강조점이 다르므로 통일된 답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랑이 '함께하는 삶'이라고 정의하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하도록 결정적인 영향을 주신 분이 계시다. 김효신 선생님은 내가 특수학교 교사로 있을 때 양호선생님으로 계셨던 분이다. 그 당시에는 정서장애를 가진 아동이 교육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 우리 학교가 지체부자유 특수학교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서장애를 가진 아동이 한둘 있었다. 승환(가명)이는 그중 한명으로 자폐 아동이었는데, 대학병원 정신과 간호사 경험이 있는 양호선생님이 특별히 돌보아 주셨다. 그분은 여러 아이.. 더보기
[최주희] 그 멀리 하늘에서... 저녁 준비를 하며 5시 뉴스를 듣고 있었다. 대전 지역 방송 중, 어느 50대 남자가 장애인 아내를 살해하였다는 소식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참 나쁜 사람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잠시 후, 교회 아는 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김 아저씨가 큰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김 아저씨는 다리가 불편하여 휠체어를 사용하는 아내와 20여년 이상을 살아오셨다. 우연히 김 아저씨 네를 알게 된 전도사님과 몇몇 분의 권유로 우리교회에 나오기 시작하셨다. 조용하고 여성스러우신 아내와 다혈질의 급한 성격이신 남편은 곧잘 토닥거리셨지만 그런대로 늘 함께 다니시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장애인 아내는 건강한 남편이 밖에서 직장 생활하는 것과 교회에서 이 사람 저사람 만나는 것이 늘 궁.. 더보기
[최주희] Behind Our Sunday Smiles 수년 전 남편의 안식년을 맞이하여 1년간 미국에서 머문 적이 있다. 그 때 기독교 서점에서 나의 눈길을 끈 책이 있는데, 그 책제목이 바로 'Behind Our Sunday Smiles'이다. 이 책의 내용이 강조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매주일 아침이면 많은 교인들이 좋은 옷을 입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다. 모두들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으며 행복해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온갖 문제와 아픔으로 괴로움과 낙심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우리는 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그것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현대사회는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젠 교회도 돕는 사역을 하기 위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사실 미국 교회 뿐 아니라.. 더보기
[최주희]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1977년 12월은 내가 그리스도인이 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였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고3의 기간을 불안과 방황으로 보내다가 가정선생님의 전도로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 당시에는 QT가 무엇인지 몰랐음에도 나를 만나주시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주신 주님이 얼마나 감격스러웠던지 파랗고 자그마한 신약성경을 들고 다니며 집에서 부모님 눈치, 학교에서 친구 눈치 살피며 성경말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버스를 타고 있을 때는 오래 기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학교 청소시간에는 친구들과 마룻바닥을 문지르며 불안과 초조가운데 있는 그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기도 하였다. 하나님을 만난 5월부터 가슴 설레며 기다리던 날이 있었는데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셨기에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탄.. 더보기
[박길홍] 동사와 형용사 미국으로 유학와서 공부하는 중에 한국에서 공부하던 것과 참 다르다는 것을 느낀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아무때나 자유롭게 질문하던 것을 보면서 일종의 “질문권”이라고 불러도 좋을만한 것이 미국의 수업에 있는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정행위가 거의 없는 것도 색달랐습니다. 강의계획안(syllabus)이 그대로 지켜지는 것도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과제물을 제출할 때, 내용도 내용이지만 포맷과 스타일을 엄격하게 따지는 것도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멋진 형용사들을 늘어놓은 일반적인 진술(general statements)에 내려지는 혹독한 평가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공부할 때만 해도 멋있게 “썰을 풀어놓”으면 어느 정도 -경우에 따라서.. 더보기
[박길홍] 자신과의 절교 의사로 일하다 보면 담배나 술을 끊지 못해서 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적지 않게 보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그런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많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술을 끊는 것을 돕는 데는 AA(Alcoholics Anonymous)라는 프로그램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 방지회라고 번역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후레드릭 뷰크너라는 소설가면서 목사인 분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하면서 교회의 모습이 바로 AA 같아야 하지 않을까 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무척 공감이 갔습니다. 이 모임은 물론 술을 끊기 위한 모임입니다. 모임의 이름이 말하는 대로 자신의 이름을 감춘 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입니다. 수련의 시절에 견학을 갔는데 누구에게나 참석이 허용된 모임이 있.. 더보기
[박길홍] “열 여덟해 동안이나” 의과대학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정신과를 돌고 있었으니까 아마 4학년때였을 겁니다. 계단식 강의실에 수련의들과 저희 학생들이 앉아 있고 잠시 후 교수가 환자와 그 어머니와 함께 들어옵니다. 어머니는 저기 옆으로 가서 앉습니다. 교수가 그 환자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의학 교육의 한 장면입니다. 정신과 환자들의 대답은 엉뚱할 때가 많습니다. 교수가 물어봅니다. “만약 길을 가다가 우체통 옆에 우표가 붙은 편지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환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거 청와대로 가는 편지지요?” 이런 문답이 몇 번 오갑니다. 자리에 앉아있는 학생들과 수련의는 킥킥대고 웃습니다. 교수는 차분하게 문답을 계속합니다. 그런가하면 그같은 어뚱한 대답을 들으며 한 옆에서 눈물을 닦아내는 사람도 있.. 더보기
[김정민] 한국 조카의 미국 첫 나들이 꼭 십 년만이다. 친정어머니, 언니, 그리고 조카와 함께 온 가족이 한 달 반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는 일은 남편이 유학길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내게 다가온, 그래서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내가 미국길에 오를 때 갓 태어나 두 주밖에 안 된 조카를 헤어지고서 가까이서 함께 생활을 해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힘겨울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토록 다른 모습으로 자라왔다는 것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삶의 이런저런 모습 속에 배어 있는 가치기준이나, 어린이로서의 관심 영역, 어른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바라보며 이해하는 태도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자란 탓일까, 늘 경쟁의식 속에서 자란 탓일까, 아니면 유복한 환경에서 독자로 자라왔기 때문일까... 이.. 더보기
[금은희] 열한번째 코스타를 기대하며 매년 코스타 첫날 광고 시간에는 항상 통계 발표가 있다. 어느 주에서 가장 많이 왔는지, 어느 나이대가 가장 많이 왔는지, 평균 연령이 얼만지, 남녀 성비, 기혼자와 미혼자의 비율 등등… 그런 통계 가운데 꼭 등장하는 코스타에 가장 많이 참석한 숫자도 공개 된다. 작년 코스타에서 나는 드디어(?) 기록을 세웠다. 10번을 참석한 나로서는 이시간이 꼭 영광스럽진 않다. 강사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면서, 뚜렷한 직장도 없는 나는 남들은 평생 한번 가볼까 말까 하는 코스타를 10번이나(?) 다녀온 것이다. 세번은 싱글 시절, 네번은 유학 시절, 그리고 나머지 세번은 남편이 미국에 직장을 잡은 후다. 두번은 바쁜 남편 덕에 남편도 없이 아이들 데리고 혼자 다녀 오기도 했다. 이렇게 나는 한마디로 코스타 팬이다... 더보기
[김정민] 주님의 아이 내가 키우기 하나님의 선물로 만난 두 아들이 문득 하나님이 나를 연단하시기 위한 도구같이 느껴질 때 나는 다시금 처음 첫 아들 대인이를 만나게 된 시간들을 되돌아 보곤 한다. 온몸이 온전한 아기의 첫울음을 듣게 되던 그 날이 오기까지 얼마나 눈물로 기도하며 매달렸었는지, 믿음의 첫발을 내딛는 나의 간절한 기도를 귀히 보신 주님의 선한 손길에 감사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첫 아이 대인이는 자라가면서 늘 그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서 엄마인 나를 당황하게 했다. 동생 솔인이가 태어나고도 시샘 한번 하지 않는 너그러운 아이, 늘 엄마, 아빠의 훈계를 달게 받는 순종적이고 온유한 아이, 잘 울지 않고 떼를 부리지도 않던 그 아이의 어른스러움이 실상 단순한 .. 더보기